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출국금지에도 매년 늘어…제재 실효성 논란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를 대상으로 현장 징수활동을 통해 징수한 5만원권 다발과 금괴사진국세청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를 대상으로 현장 징수활동을 통해 징수한 5만원권 다발과 금붙이.[사진=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대표적 제재수단으로 명단공개와 출국금지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체납 인원과 체납액이 최근 3년간 증가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성실 납세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제도 취지와 달리, 체납 억제보다 ‘형식적 조치’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다. 

18일 국회입법조사처의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대상자는 전년보다 1700명(21.3%) 늘어난 9666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체납액도 61조8960억원으로 1조583억원(20.6%) 증가했다. 개인 체납자가 전체의 62.4%를 차지하며 4조601억원에 달했고, 법인 체납액은 2조1295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체납자가 증가하면서 출국금지 제도의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3년간 출국금지 인원은 2022년 4403명에서 2024년 3831명으로 줄었지만, 출국금지 체납자의 총 체납액은 62조3530억원에서 66조6060억원으로 늘었다. 1인당 평균 체납액은 같은 기간 14억2000만원에서 17억4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들 체납액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경기 불황에 따른 자금 사정 악화, 고의적 납세 기피, 경제 규모 확대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체납자 명단공개가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출국금지 역시 기간 만료나 소멸시효로 자동 해제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 징수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은 제도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출국금지 제도의 경우 최대 6개월까지만 설정할 수 있어 국세청이 법무부에 반복적으로 연장을 요청해야 하는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기간이 짧아 사실상 체납자의 해외 재산 은닉이나 회피를 막기 어렵다는 측면도 존재한다. 

명단공개 제외 사유가 체납자에게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제도는 체납액 일부를 납부하면 명단공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데, 거액 체납자가 ‘꼼수 납부’로 제재를 회피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명단공개와 출국금지가 성실 납세를 유도하는 제재수단으로 도입됐지만, 체납액 감소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재 방식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체납액 규모에 따른 차등적 명단공개 기준 △출국금지 기간 합리적 조정 △징수 불가능 체납액(정리보류금액) 관리 강화 등이 국회 차원의 검토 과제로 제시됐다.

한편 국세청은 내년 3월부터 모든 체납자를 방문해 체납 유형을 분류하고 징수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국세 체납관리단'을 본격 운영한다. 이는 납세자를 직접 대면해 실제 경제력을 확인하고 체납자 유형에 적합한 ‘맞춤형 체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체계적인 국세 체납관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2028년까지 체납자 133만명의 집을 1회 이상 방문해 경제 상황을 확인하고 유형분류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 세무 전문가는 “고액체납은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이 아닌, 악의적 은닉·회피와 연결된 경우가 많다”며 “명단공개와 출국금지 같은 제재를 실효적으로 집행하지 못하면 조세 정의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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