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 "AI와 데이터로 항공사고 미리 막는다"

  • 한국항공대서 학생 가르치던 학자, 국가 항공안전 현장 책임자로

  • 사후 검증에서 사전 예방으로…AI·데이터로 여는 항공안전 혁신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항공안전기술원장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항공안전기술원장]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항공안전 데이터를 활용한 예지적 항공안전 시스템 구축이다.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현장의 긴장감과 실전에서의 진지함을 느끼고 있다."

대학에서 20여 년간 항공법·정책을 가르치고 연구하던 학자가 항공안전의 최전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이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을 몸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황 원장은 "항공안전과 인증의 현장에 직접 와보니 이론과 실제가 서로 보완해 갈 때 비로소 완전한 법과 정책이 완성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말 발생한 여객기 사고를 계기로 인적 역량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보완 중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항공안전 AI 로드맵'도 추진하고 있다. 'K-세이프티(Safety)'를 하나의 브랜드로 수출하겠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매달 조직 부문 책임자들과 격식 없는 대화를 한다. 군대로 치면 일종의 분대장들과의 대화다. 그는 "'브레인 스토밍'으로 각 조직의 파트 리더들과 다양한 테마를 잡아 토론한다"며 "창의성은 여러 명이 함께 만드는 것인데 이때 필요한 게 소통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황 원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항공안전기술원장으로 취임한 지 반년이 지났다. 소회를 말씀해 주신다면.

"20여 년 동안 한국항공대학교에서 항공법과 항공정책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논문을 집필하고 학회 활동과 자문을 해왔는데, 이제는 국가 항공안전 현장의 책임자로 일하게 되었다. 지난 반년은 항공안전기술원의 책무와 방향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구성원들의 높은 전문성과 사명감을 체감했다. 연구실에서는 이론적 검토에 그쳤지만, 현장에서는 '책임감'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 이론과 실제가 균형 있게 맞물려야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항공안전이 실현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취임 후 의미 있는 성과는?

"지난해 말 여객기 사고를 계기로 AI를 활용한 '항공안전 AI 로드맵'을 추진했다. 기술 기반의 사고 예방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래 항공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UAM(도심항공교통) 시대 도래를 위한 조직인 'UAM Team Korea' 간사 기관으로 활동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본질적인 인증기관으로 최근 4차례에 걸친 '기술 연속 세미나'를 통해 UAM 안전·인증을 담당할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드론 분야에서는 350여 기관이 참여한 '드론산업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드론 상용화 촉진, 핵심기술 자립, 인프라 구축, 규제 개선 및 국제 협력 등 5분과를 구성해 드론 산업의 체계적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드론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며 일본 로드쇼와 국제 박람회 등에서 성과를 만들어냈다. 항공보안에서는 성능인증 제도를 정립하고 최신 기술 동향을 공유하여 제도의 공신력과 신뢰도를 높였다."
황호원 원장 사진 항공안전기술원
황호원 원장. [사진 항공안전기술원]

-취임 발표에서 AI, 빅데이터, 자동화 기술을 안전 분야에 적극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둔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올해까지 빅데이터 기반 항공안전관리 기술개발 및 플랫폼 구축 연구개발을 완료했다. 여기서 개발된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통합항공안전데이터수집분석시스템이 본격 운영될 계획이다. 또한 본격적인 안전지능(safety intelligence) 전환을 목표로 올해부터 항공안전 분야에 AI 기술 적용을 위한 항공안전 AI 로드맵 수립 연구도 진행 중이다. 

AI 기반의 항공안전관리 체계 전환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확보했고, 빅데이터 기반의 자동 분석 기능을 통해 잠재적인 위험요인을 발굴할 수 있게 됐다. 사전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해 국가의 항공 안전도와 국민의 항공안전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데이터가 항공안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기술 혁신의 시대에 항공안전기술원의 사명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기존의 '사후 검증'에서 '선제적 안전 보장'으로, '개별 기술 인증'에서 '통합 시스템 안전'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도심 상공에서 자율비행, 전기추진, 수직이착륙이 결합된 복합 시스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항공안전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혁신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데이터 기반의 예측적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고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위험을 사전에 식별하고 예방하는 체계를 고도화해야한다." 

-UAM 안전체계 구축에서 기술원의 역할은?

"정부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1007억원 규모의 'K-UAM 안전운용체계 핵심기술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기술원은 안전인증기술 분야 주관기관으로 시범 인증을 담당하고 있다. 항공안전기술원은 이 가운데 '안전인증기술' 전략 분야 주관기관으로, 도심에서 운용되는 UAM 항공기 시범 인증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항공기에는 없었던 전동 수직이착륙항공기(eVTOL) 특화 핵심기술의 적합성을 검증하고, 궁극적으로는 UAM 항공기의 형식증명 및 형식증명승인을 위한 인증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황호원 원장과 직원들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항공안전기술원
황호원 원장과 직원들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항공안전기술원]

-글로벌 표준화, 이른바 'K-Safety' 전략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항공안전기술원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국제표준에 부합하면서도 항공 선진국 감항당국과 동등한 수준의 인증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JCAB(일본 운수성 항공국)와의 정기 협력회의를 통해 친환경 항공기의 안전·인증 분야 협력을 논의하는 등 국제 공조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과도 채널을 확대 강화하고 있고 국제 표준화 활동에도 적극 참여 중이다. 

이를 통해 항공안전의 'K-Safety' 브랜드를 정립해 미래 항공기의 설계·제작 단계부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감항요건을 마련하고, UAM 등 차세대 항공 모빌리티의 안전한 상용화를 주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다." 

-드론 산업 지원에서 기술원의 역할은.

"단순 규제기관을 넘어, 우리 드론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세계 시장에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들이 기술 개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줄이는 중이다. 해외 박람회와 로드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원한 결과, 누적 수출 4263만 달러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확보는 어떻게 추진하는지?

"기술적 안전 확보만큼 중요한 것이 국민의 신뢰다. 주요 위험요인과 대응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UAM 비행시연을 통해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8년 공공형 서비스로 초기 시장을 열고 수용성을 높인 뒤 다양한 운용 모델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영 철학과 리더십을 설명한다면?

"오랜 교육 현장에서 깨달은 점이 있다. 진정한 혁신은 위에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을 때 나온다. 저의 철학은 창의성과 소통이다. 각자 전문성을 강화하되 다양성을 인정하고 열린 사고를 지향해야 한다. '혼자 가면 빨리,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처럼 협업을 중시한다." 

-10년 뒤 대한민국 항공안전 생태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AI 기반 예측분석과 데이터 연동으로 위험을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사고 제로에 도전하는 초연결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다.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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