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들어 전 세계 신규 선박 발주량이 호황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K-조선 3사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선택적 수주를 하며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중동, 인도 등에서 LNG선과 특수선, 해양플랜트 등 발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4분기에도 견실한 실적이 기대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7월 조선업 2025년 정기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1위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신규 수주 증가로 수주 잔고가 확충됐다고 분석했다. 회사 신용등급은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장벽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선주들의 신규 발주가 급격히 줄었다. 실제 올해 1~5월 신규 발주는 1590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8% 줄었다.
반면 HD현대는 올 상반기 105억8000만 달러(79척)를 수주하며 전년보다 13.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조선 3사의 전체 수주액이 전년보다 19.6%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셈이다.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 상반기 HD현대중공업 54억5000만 달러(29척), HD현대삼호 30억 달러(19척), HD현대미포 18억5000만 달러(28척), HD현대필리핀조선소 2억2000만 달러(3척)를 수주했다"며 "올해 목표인 150억2000만 달러의 약 70%를 반 년 만에 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에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기대감까지 더해져 HD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연초 주당 25만원선에서 최근 50만원선으로 2배가량 올랐다.
HD현대는 마스가 프로젝트 참여의 전초전 성격이 강한 미국 노후 함정 MRO(유지·보수·운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을 국내 최초로 체결하며 MRO 라이선스를 확보한 데 이어 미 해군 7함대 소속 4만1000t급 화물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함의 정기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달부터 울산 HD현대미포 인근 안벽에서 정비를 시작했고 프로펠러 클리닝과 각종 탱크류 정비, 장비 검사 등을 거쳐 올해 11월 미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형 선박과 군함 건조·MRO를 전담하는 HD현대중공업과 중소형·친환경 선박을 건조하는 HD현대미포 간 합병도 진행 중이다.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승인을 받아 올해 12월부터 통합 HD현대중공업이 본격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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