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영부인이 처음으로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법정에 출석했다. 검은 정장 차림에 수용번호 배지를 단 김 여사의 등장은 헌정사상 초유의 장면으로 기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10분 김 여사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법정에는 취재진과 방청객 90여명이 몰리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여사는 낮 12시 35분 남부구치소에서 출발해 오후 1시 25분께 법원에 도착, 구치감에서 대기하다 정장 차림에 뿔테 안경과 흰색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입장했다. 피고인석에 앉기 전 방청석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고, 촬영 허용 시간이 지난 뒤 재판이 본격 시작됐다.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묻자 김 여사는 "아닙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생년월일·직업·본적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서도 "무직입니다", "맞습니다" 등 간단히 응답했다. 그는 내내 담담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거나 고개를 숙였고, 변호인단과 간헐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특검은 모두진술에서 세 가지 혐의를 제시했다. 먼저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통정·가장매매와 이상매매 주문 3000여건을 제출해 8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밝혔다(자본시장법 위반).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모해 2021∼2022년 명태균씨로부터 총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았다고 했다(정치자금법 위반). 또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2022년 4∼7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 목걸이·샤넬 가방 등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주장했다(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증거 기록조차 열람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판이 진행되는 건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주가조작은 이미 두 차례 수사에서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정치자금법 위반은 개인적 목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를 몇 차례 전달받은 것에 불과하고, 통일교 금품수수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특검과 변호인단이 증거 열람·등사 일정을 조율해 10월 15일부터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들어가기로 했다. 10월 말까지 주 신문을 마치고 11월부터 반대신문을 진행해 연내 증거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재판은 약 40분간 진행된 뒤 오후 2시 50분께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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