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 기간, 한국의 호랑이 미술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들이 마련됐다.
리움미술관은 M1 2층에서 11월 30일까지 상설기획전 '까치호랑이 虎鵲(호작)'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까치호랑이와 관련된 작품 7점이 전시된다. 특히 1592년작 <호작도>(리움미술관 소장)를 국내 최초로 전시를 통해 공개한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까치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중국 원나라에서 정립된 호작도의 형식이 한국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피카소 호랑이'라 불리는 19세기 <호작도>도 만날 수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으며, 민화 까치호랑이 그림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1874년 신재현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호작도>는 현전하는 까치호랑이 그림 중 작가와 제작시기를 모두 알 수 있는 매우 희귀한 사례다. “호랑이가 으르렁대니 까치무리가 모여든다”와 같은 군자로 상징되었던 호랑이의 위상과 위엄을 보여주는 문구들이 있어 민화이면서도 문인화와 결합되어 있는 독특한 양상을 보여준다.
전시는 리움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고미술 상설전과 함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아울러 가나문화재단과 가나아트는 2025년 추석 연휴를 맞아 특별 기획전 '호랑이'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SPACE 97’에서 9월 26일부터 10월 19일까지 개최한다.
가나문화재단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까치호랑이’ 계열 호랑이 그림 12점과 호피도 8폭 병풍을 비롯해 호랑이를 소재로 한 작품 총 16점이 공개된다.

전시 출품작 중 가장 연대가 오래된 것은 18세기 초반 작품으로 추정되는 <호도>다. 리움미술관이 최근 공개한 1592년작 <호작도>와 화면 구성이 유사하다. 호랑이의 동세나 오른쪽으로 치켜 뜬 눈에서도 비슷한 특징을 보이지만, 전시 출품작 <호도>에서는 까치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까치호랑이 그림은 두 폭 가리개 형식으로 장황된 <용호도(龍虎圖)> 속 까치호랑이이다. 이 작품은 한국 민화의 시조 조자용(趙子庸, 1926~2000)의 구장품으로 반세기에 걸쳐 그 명성을 지닌 작품이다.
조자용 관장은 이 작품에 대해 “이조민화의 ‘까치호랑이 그림’을 대표한다고 하여도 좋을 만한 걸작품”이라고 했으며, 또 그림 속 호랑이 얼굴을 두고는 “마치 시골의 텁수룩이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모습처럼 소박한 인격을 가진 듯이 느껴진다”라고 덧붙였다.
당당한 풍채와 부릅뜬 눈매가 매서운 백호랑이가 까치와 눈싸움을 벌이는 <백호도>, 산신령의 화신으로 본 산신신앙의 맥락 속에서 제작된 <산신도> 등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리움미술관 전시에 나온 88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의 모티브로 알려진 ‘피카소 호랑이’와 화면 구도와 얼굴 표현이 몹시 닮은 가나문화재단 소장 <호작도>도 전시된다. 두 작품은 서로 데칼코마니 같이 대칭되는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발과 수염의 표현과 자세가 매우 유사해 같은 작가가 그렸거나 같은 모본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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