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전유성은 개그맨인 동시에 문화기획자이자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했다.
돈 되는 일보다 재밌는 일을 하며 일의 즐거움을 찾고 그것들이 모여 새로운 도전들도 이어졌다. 20대부터 개그맨에서 문화기획자로서 일의 범위를 넓혀나갔던 그는 재밌는 일들을 만들어 내며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그는 어떻게 70대가 넘은 나이까지도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생전 그와 함께 100세 시대에 유쾌하고 행복하게 오래 일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유성이라는 이름에 뭔가 특별함이 있는 것 같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도전을 마다하지 않은 모습이 너무 멋지다. 어떻게 하면 그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가.
- 예전에는 내가 앞서 나간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앞서 가는 게 아니라 늦게 가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앞서 간다면 30대에 차를 먼저 샀어야 되는데 그게 아니라서 70대가 된 지금까지도 운전을 못한다. 그러니까 남들보다 뒤쳐진 거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새로운 걸 느닷없이 갑자기 한다고 생각하지만 2년 3년 계속 준비했던 걸 보여주는 거지, 즉흥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100세 시대에 오래 일하는 건 모든 인간의 꿈이다.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일을 오래할 수 있을까.
-젊었을 때부터 계속 해야지, 지금 갑자기 해서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20~30대부터 준비해야 좋아하는 일을 오래할 수 있는 거다.
어른들 얘기 듣지 말고 자기보다 후배들의 얘기를 듣는 게 중요하다.
20대 30대와는 20~30년 차이가 나지 않나. 그들에 비하면 우리 생각은 너무 올드하다.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우리 말을 들을게 아니라 10년 선배들 말을 듣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전유성의 마음을 끌리게 하는 건 무엇인가.
- 안 해보던 일이라도, 그것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의 조명 아래 있다는 건 특별한 매력이 있다는 뜻일까.
- 내가 운이 좋아서 그 사람들을 먼저 발견했을 뿐이지, 될 사람이라서 된 거다. 저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된 거다.
전유성의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엇인가.
- 개나소나 콘서트의 경우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고, 진짜 가족처럼 생각해서 반려견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간다는 기사를 보고 ‘같이 오면 되지’라는 생각에서 만든 거다. 근데 저는 반려견도 안 키우고 개를 무서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 할 것이라는 생각에 시작해서 10년 동안 했다.
처음에는 ‘올해가 잘 되면 내년에도 합니다’라고 하고 두 번째로 할 때는 ‘작년에 잘 돼서 올해도 합니다‘라고 하면서 하나씩 발전시켜나간 거다.
전유성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무엇인가.
- 뭔가 행사를 할 때 예산이 깎이고 깎여서 겨우 하게 됐기 때문에 후배들한테 돈 안 되는 일을 부탁을 할 때가 가장 힘들다. 부탁을 하면 기꺼이 해주는데 저로서는 빚으로 남아있는 거다.
전유성의 잔머리는 어디서 나오나.
- 쉬지 않고 굴리는 거다. 근데 잔머리도 쉴 땐 쉬고 잔머리를 안 굴릴 때는 정직해야 된다.
무대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웃기는데 일상생활에서도 유머가 넘치는 편인가.
- 재밌게 해야 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면 그동안 못 들었던 얘기를 해줘야 된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선생님의 스승이신 ‘후라이보이’ 곽규석 선생의 원고를 써주다가 개그맨이 되셨는데 ‘개그계의 단군’ 전유성 선생의 스승은 선생님에게 어떠한 영향을 줬나.
- 나중에 보니까 후라이보이 곽규석 선생님과 두가지가 닮아있더라.
저는 약속을 잡으면 대부분 교보문고에서 만난다. 그러면 내가 늦게 가더라도 그 사람이 안 심심하고 그 사람이 늦게 와도 내가 책을 보면 되니까, 안 심심한 장소가 책방이라서 주로 책방에서 만난다. 청도 살 때도 대구 교보문고에서 약속을 잡아서 밥을 먹거나 술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그분이 처음 취직한 첫날부터 굉장히 큰 돈을 맡기셨다. 당시 집 2~3채 값이었는데 그분이랑 일하면서 관둘 때까지 한 번도 중간에 그 돈에 대해서 안 물어봤다. 믿고 저한테 맡기는 거다. 그러다 보니까 나도 지금 같이 일하는 사람한테 다 맡긴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 있더라.
앞으로 어떠한 스승이 되고 싶으신가.
- 저는 스승은 안 되고 싶다. 대학 교수를 하다가 안 맞아서 관뒀다(하하).
본인의 개그는 선천적으로 타고 난거라고 생각하시나. 아니면 후천적이라고 생각하시나.
- 후천적이다. 개그는 아이디어도 있고 연기도 잘하는 최양락 같은 사람도 있고 아이디어는 없는데 연기는 잘하는 사람들도 많다. 근데 나는 연기는 못하지만 아이디어는 있다. 그런 것들이 조화가 이루어졌을 때 프로그램이 되는 거다.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나.
- 그걸로 돈을 벌어서 쓸 수 있는 사람이 전문가인데 저는 그렇지 못한다.
공연하면 적자도 많이 난다. 처음에는 돈을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벌이가 안 된다는 걸 알고 포기했다. 개그맨들의 스케줄을 관리해주면서 돈을 버는 에이전시가 있는데 저희는 그렇게 안한다. 내가 개그맨들의 선배인데 개그지망생들한테 돈을 받고 가르치겠나. 길을 안내해줘야지. 제일 선배인 내가 후배들한테 돈을 받는 게 창피하다. 그래서 그 친구들이 다른 소속사에 가서 더 크는 건 그 사람들 몫이지 내 몫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등학생이 길을 가다가 선생님의 직업을 물으면서 20초 안에 설명을 하라고 하면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뭐라고 말해줄 건가.
-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게 개그맨이라고 생각한다.
직업 만족도는 5점 만점에 몇점 인가.
-5점이다. 이거 말고는 할 게 없다.
어떻게 하면 세상을,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을까.
- 시집을 많이 보면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비유하고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공부하는 건 시를 많이 보는 거다. 그래서 저도 시를 쓰지는 못해도 많이 본다.
돈 되는 아이디어와 돈이 되지 않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
- 그건 저도 잘 모르겠다. 돈이 되는 줄 알고 했다가 망한 것도 많다. 좋은 건 해보는 게 중요하다.
1만 시간의 법칙처럼 1만 시간 동안 그 일을 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하는데 50년 이상의 세월을 개그맨이라는 삶을 살아온 선생님께서는 본인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생각하시나.
- 아니다. 전문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남들보다 뒤쳐졌다는 생각이 들더라. 근데 감히 나를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나(하하).
살면서 가장 잘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
- 다른 직업을 넘보지 않고 이걸 계속 한 게 제일 잘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유쾌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달라.
- 책을 보지 않더라도 제목만이라도 알면 즐겁다.
어른들이 책 많이 읽으라고 하는데 책을 베고 자면 책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을까라는 생각해 본 적 있지 않나. 거기서 아이디어를 찾아야 된다. 책모양의 베개를 만들면 어떨까? 읽지는 않더라도 베고라도 자자(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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