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감귤명주가' 시트러스 가보니..."서귀포 양조업체, 영세기업 못 벗어나"

  • 서귀포 140개 감귤농가 모여 2012년 설립

  • 총 155개 오크통 저장, 10년 째 숙성 중

  • 이용익 "술 맛은 80% 원료가 좌우 한다"

이용익 시트러스 공장장이 지난 24일 제주감귤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이용익 시트러스 공장장이 지난 24일 제주감귤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제주 양조업계는 대부분 영세기업이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면 90%는 도산한다고 봐야 한다."

지난 24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감귤 양조장 시트러스에서 만난 이용익 공장장의 말이다. 그는 제주 감귤주의 상품가치와 우수성에 대해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렸지만, 제주 감귤 양조업계 현주소는 다소 비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이용익 시트러스 공장장은 "감귤이 술로서의 가치를 널리 인정받지 못해 (술이) 그다지 잘 안 팔리는 편은 아니다"라며 "20년 동안 제주에서 망하는 (양조)기업들을 숱하게 봤다"고 토로했다.

이 공장장은 "공장을 세우는 것은 물론, 영업, 품질관리, 제품분석 등 모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일"이라며 "기술, 자본, 인력 등의 삼위일체가 맞아야 한다"고 전했다.

시트러스는 제주 신례마을의 140여 농가들이 만든 농업회사법인이다. 30년 경력의 '감귤 농사꾼' 김공률 대표와 진로 연구개발 이사 출신의 이 공장장이 농가들을 하나로 뭉쳐 2012년 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수는 6명에 불과하다. 규모가 '마을기업' 수준이다 보니, 초반에는 경영난을 겪으며 2018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정부로부터 주류세 감면 혜택을 받아 가격을 낮췄고,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서 살림살이가 나아지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점차 유명세를 타자 시트러스 감귤주는 '제주 가면 반드시 사와야 하는 술'로 거듭났다. 현재 시트러스의 연간 생산량은 150톤에 달한다. 2023년에는 2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트러스 공장 내부 전경 사진정연우 기자
시트러스 공장 내부 전경 [사진=정연우 기자]
시트러스 공장 오크통 저장 창고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시트러스 공장 오크통 저장 창고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이 공장장의 안내에 따라 감귤 제조공장을 탐방해 발효조와 오크통(참나무통) 숙성 창고 등을 살폈다. 공장에 들어서자 발효조 안에 들어 있는 감귤향이 코를 자극했다.

이어서 오크통 창고에 들어갔다. 시트로스는 225리터(L) 오크통 155개를 저장하고 있다. 통 한 개의 가격은 149만 원이다. 오크통에는 검정년월일이 적혀 있다. 최소 2~3년, 최장 10년째 술을 담고 있는 통도 있었다. 

시트러스 감귤주는 착즙, 발효, 여과, 숙성 등의 과정을 거쳐 탄생된다. 제주 감귤 100%를 원재료로 사용한다. 공장 탐방 후 시트러스가 자랑하는 '혼디주', '미상25', '마셔블랑', '신례명주' 등의 술을 차례로 시음했다. 모두 이 공장장이 개발한 술들이다.
 
시트러스 감귤 숙성 증류주 신례명주 사진정연우 기자
시트러스 감귤 숙성 증류주 '신례명주' [사진=정연우 기자]

혼디주는 귤향 가득한 주스를 마시는 느낌이다. 단, 도수가 높지 않다고 계속해서 마시면 어느새 술에 취해 있을 것 같다. 이 공장장의 설명에 따르면 시트러스가 만드는 제품 중 가장 대중성이 높은 술이다.

감귤 증류주인 '미상 25'는 감귤 발효액을 2번 증류한 후 저온에서 숙성 과정을 거쳤다. 맛은 소주와 비슷했다. 과실주 '마셔블랑'은 감귤과 한라봉 착즙액에 감귤꽃꿀을 넣어 만든 발효주다. 

'신례명주'는 오크통 숙성 증류주다. 알콜 도수는 50에 달한다. 조금만 마셔도 몸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시트러스는 주로 활어회, 치즈, 육회와 함께 마시기를 추천했다. 

이 공장장은 "술 맛을 좌우하는 것은 80%가 원료"라며 "같은 원료라고 해도 효모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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