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의 깊은 향기가 동해시를 가득 채운 가을밤, 지난 27일 오후 5시 동해 코스모스호텔에서 제26회 동해문학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동해문학축제는 동해문인협회 회원들의 작품 발표 및 시 낭송과 함께 제24회 최인희 문학상 시상식이 열려 동해시 문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동해문인협회(회장 최인화)는 제24회 최인희 문학상 수상자로 오세화 시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작은 시 ‘항아리 속 달빛은 어디로 갔을까’로, 이번 심사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5인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오세화 시인을 최종 수상자로 결정했다.
심사위원단은 수상작에 대해 "인간과 사물이 더불어 구성하는 공동체의 장면이 아름답고 섬세한 언어 감각과 사물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이미지 세계를 형성했다"고 높이 평가하며, 오세화 시인의 시 세계가 지닌 서정성과 확장 가능성을 인정했다.
오세화 시인은 2005년 《문예사조》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이후, 시집 ‘바다의 손자국’을 비롯하여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중견 시인이다. 그녀는 서울예대 문화예술 교육원 소설창작 및 시창작 과정을 수료했으며, 김정현 소설 [아버지] 전국 수기 공모 우수상, 제11회 광명 백일장 수필 부문 금상, 2019년 동해예술상 동해시장상, 2024년 강원 예술인 대회 강원예술발전 도지사 표창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또, 공저 소설집 [소설탄생]과 공저 시집 [디딤돌], [바람의 유혹], [도시의 골목길], [비, 그들의 언어]를 통해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쳐왔다.

시상식에서 오세화 시인은 "부족한 제 시를 따뜻한 눈으로 읽어주시고 이렇게 큰 상을 안겨주신 심사위원님들과 동해문인협회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소감을 시작했다.
그녀는 "결혼으로 동해시에 오게 되어 바다와 바람, 산과 마을을 품에 안고 살게 되었다"며 "낯선 곳에서 시작한 삶이었지만 토박이 남편과 함께하며 어느새 동해시는 제 두 번째 고향이 되었다"고 동해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늦게 얻은 소중한 아들을 키우며 하루하루 분주히 살아가는 동안에도 마음 깊은 곳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고, 그 허전함을 메우는 일이 바로 시였다"며 "시는 제게 삶의 숨결이었고, 제 안의 공허를 채우는 또 하나의 사랑이었다"고 문학에 대한 깊은 고백을 이어갔다. 오세화 시인은 매일 시를 쓰고 고치며 자신을 다독이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힘을 얻었으며, 꾸준히 써 내려온 길 위에서 이렇게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제 삶의 한 페이지가 눈부신 빛으로 물드는 듯하다"고 벅찬 감회를 전했다.
그녀는 이번 수상이 자신만의 영광이 아니라 곁에서 늘 묵묵히 응원해 준 가족과 시를 읽어주는 모든 이와 나누고 싶은 기쁨이라며, "앞으로도 동해의 바다처럼 깊고 동해의 바람처럼 자유로운 시를 쓰며 꾸준히 저 자신을 다듬고 성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기쁨을 제게 시의 길을 허락해 준 동해의 자연과 저를 아껴주는 모든 분께 바친다"는 감사 인사로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이번 제24회 최인희 문학상 시상식은 (사)동해예총이 주최하고 동해문인협회가 주관하여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이번 수상은 오세화 시인의 문학적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동해시 문학 발전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오세화 시인의 제24회 최인희 문학상 수상작이다.
항아리 속 담빛은 어디로 갔을까
-동해시 논골담길에서
오세화
옛집 처마끝에 걸린
해묵은 바람 한 줌이
담장에 색을 물들인다
바다는 매일
변화를 향해 비늘을 털어낸다
붉은 골목, 노을이 쓸고 간 논골담길 담벼락엔
시간이 박제되어 물감처럼 눌어붙어 있다
언덕 위로
푸르게 일렁이던 바다를
할머니는 파란 물감으로 기억하고
지게를 진 사내의 허리는
오늘도 굽은 선으로 남았다
벽화 속 아이는
항아리 속 달빛을 퍼 담고
새벽이면 물고기 떼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피어난다
논골, 이 골목엔
지워지지 않는 삶이 산다
붓끝으로 어제를 그려 넣는
이름 모를 손들이
파도보다 오래된 사연을 남긴다
닳아버린 계단을 오르면
고등어 비린내와
생선 썰던 칼날의 빛
아버지의 땀이 껴안던 오후가 있다
녹슨 대문도
떨어진 기왓장도
누군가의 내일을 붙잡고 있다
벽에 그려진 작은 꽃 하나가
지나는 발걸음 붙잡고
- 여기, 나도 살았어요
바다를 향해 층층이 쌓인 집들 사이로
비릿한 삶이 층층이 쌓여
그림보다 깊은 이야기가 된다
다음은 오세화 시인의 아들인 김동윤군의 축하 시이다.
우리의 계절
김동윤
나의 용기는 우리의 봄을 불러왔네
한 여름의 햇살처럼 우린 뜨거웠지
하지만 넌 떠나야 된다고 말했지
그때부터 나의 마음은 겨울처럼 쪼그라들었어
나의 마음엔 눈이 내렸지
근데 우리의 추억의 시간은 많은 계절이 있었지만
우리의추억은 항상 봄이였어
이런 시원한 가을의 날씨를 너와 느낄 수 있다면 좋았겠지
이젠 나의 가을이 잘했다고 어깨를 토닥여주네
지금의 계절은 겨울이지만
우리의 추억은 항상 봄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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