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부담에…" 결혼도 출산도 꺼리는 베트남 청년들

  • 호찌민시 출산율 1.39명 '경고등'

  • 전문가 "문제는 주거·교육비 부담"

베트남 남부지방 껀터의 아이들이 행사에 참여한 모습 사진베트남 통신사
베트남 남부지방 껀터 지역의 아이들이 행사에 참여한 모습 [사진=베트남 통신사]
베트남 청년들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과 교육비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고 있다며 강력한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23일(현지시각)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사회과학원 산하 사회심리학연구소가 이날 개최한 '베트남 출산율: 현황과 정책 해법' 워크숍에서 이같은 내용이 발표됐다.

응우옌 티 탄 투이 하노이문화대학 박사는 베트남의 심각한 출산율 격차를 공개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 평균 출산율은 여성 1인당 1.91명이지만 ▲호찌민시 1.39명 ▲동남부 지역 1.56명으로 인구 대체 수준(2.1명)을 크게 밑돌았다. 

1인 가구도 급증했다. 1999년 11%였던 1인 가구 비율이 2019년 14.3%로 늘어난 것. 청년들이 조기 결혼보다 독립적인 생활을 선택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투이 박사는 "청년 부부들이 높은 집값과 비싼 교육·의료비로 막대한 재정적 벽에 부딪히고 있다"며 "안정적인 주거가 없어 결혼과 출산을 감히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 자녀 1명 키우는 데 '수십억 동'

현재 베트남에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호찌민시 개발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출생부터 18세까지 자녀 1명을 키우는 데 수십억 동이 든다. 교육비, 의료비, 생활비를 모두 합친 액수다. 

여기에 집값이 워낙 높다 보니 많은 젊은 부부들이 부모와 동거할 수밖에 없다. 사생활 부족과 불안정한 고용 시장이 출산을 더욱 망설이게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와는 다른 가치관 변화도 한 몫 했다. 청년들이 가족보다 자기계발과 경력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00년 22.8세에서 2024년 25.2세로 늦어졌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하노이와 호찌민시 여성 10명 중 7명은 "안정적인 직업을 갖춘 후에야 출산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여성들이 외부 노동과 가정 돌봄이라는 이중 부담을 짊어지면서 경력과 개인 생활의 균형이 어려워진 것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도 문제다. 투이 박사는 "자녀를 둔 부부에 대한 재정 지원 정책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9년 베트남 사회과학원은 많은 청년 부부들이 정부 지원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관련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 응우옌 안 베트남 사회과학원 전 부원장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은 교육, 의료, 보육 등 다양한 비용을 수반하며, 특히 여성의 경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많은 도시 청년 부부들이 스트레스와 피로를 느끼며,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출산을 미루거나 자녀를 한 명만 갖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 인구 1억100만 명 돌파했지만...

베트남 보건부 산하 인구총국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베트남 인구가 1억100만 명에 도달했다. 연간 약 100만명씩 증가하고 있지만, 인구 증가율은 2019~2024년 0.99%로 둔화됐고 이는 2014~2019년보다 0.2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더 심각한 건 출산 가능 여성(15~49세) 수가 2022년 2530만 명을 정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을 위한 과감한 주거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응우옌 탄 퉁 보건부 연구원은 "출산율 감소가 2045년까지 고소득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베트남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많은 선진국이 직면한 저출산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투이 박사는 "가족을 위한 튼튼한 사회 안전망을 만들도록 복지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특히 청년층을 위한 사회주택 정책, 저금리·장기 대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 등록금 인하와 아동 건강보험 전면 제공이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심 지역 유아교육비가 평균 소득의 25~30%를 차지해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퉁 연구원은 "현재 평균 초혼 연령이 남성 29.4세·여성 25.2세로 평균 27.3세에 이른다"며 "학업과 직장생활을 마친 후 결혼까지 5~9년이 더 걸리는데 이는 너무 긴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혼 연령을 낮추기 위해 대중 홍보와 경제적 유인책을 병행해야 한다"며 "이 전략이 성공하면 출산율은 분명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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