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수백 명의 전 세계 미군 고위 지휘관이 집결하는 회의에 '깜짝' 참석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주한미군사령관의 계급이 한 단계 낮게 표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군 지휘부 재편과 위상 조정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전군 지휘관 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WP가 열람한 국방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0일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에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당초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주재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직접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소집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NBC뉴스에 "이번 회의는 정말 아주 좋은 자리다. 우리가 군사적으로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얼마나 훌륭한 상태에 있는지, 그리고 많은 긍정적인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다. 그저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훌륭한 인물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이번 회의는 단지 단결심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5일에도 헤그세스 장관의 계획을 높이 평가하며 "알고 있다. 난 그게 정말 마음에 든다. 훌륭한 계획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헤그세스 장관이 특별한 이유 없이 이러한 대규모 지휘관 회의를 소집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레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수석 대변인을 맡기도 했던 존 율리엇은 "이것은 매우 혼란스러운 일"이라며 "이 지휘관들이 이곳으로 오는 데만 수천만 달러가 들며, 명확한 이유 없이 그들이 중요한 임무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치안 단속을 명분으로 곳곳의 민주당 강세 지역에 병력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이번 군 지휘관 소집은 더욱 우려를 더하는 모습이다. 미국 타임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2기 행정부에서 미군을 활용하는 방식이 정부에 대한 반대 여론을 억누르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진 R 피델 예일대 로스쿨 군사법 교수는 WP에 "이번 회의는 '가장 큰 사진 촬영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행사가 정치적으로 활용될 잠재력과 이로 인한 군의 정치화 심화 가능성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우려해야 하며, 미국 국민들도 그렇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국방부 내부 인명록에서 4성 장군인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과 로널드 클라크 태평양육군사령관의 계급이 중장(3성)으로 표기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소식통들이 WP에 전했다. 소식통들은 헤그세스 장관이 이 두 보직의 위상을 격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클라크 사령관의 대변인인 아이작 스턴 대령은 클라크 장군의 중장 표기가 단순한 오류로 보이며 이미 수정됐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대로 단순 착오일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표기가 주한미군사령관을 포함한 미군 지휘부 구조조정과 맞물린 의도적 조치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국방부가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국방전략(NDS)이 전임 행정부와 달리 인도·태평양 지역보다 미국 본토와 중남미 등 서반구 방어를 우선순위에 두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미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타임스는 미국이 곧 발표될 NDS에서 중국을 여전히 최대 국가 안보 위협으로 명시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안보 최우선 순위는 미국 국경 문제 및 중남미에서 확대되는 중국의 활동 저지가 될 것이라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