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유통, 유커 특수 잡아라] 면세점 매출 회복은 '안갯속'… '큰 손' 유커 지갑 열려면?

  • 상반기 국내 면세점 외국인 객단가 44% 줄어

  • 가격 경쟁력·서비스 혁신 없인 반등 쉽지 않아

2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간편결제 수단 등 홍보 배너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간편결제 수단 등 홍보 배너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29일부터 중국인 대상 무비자 입국 제도를 시행하면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귀환이 본격화됐지만 면세업계가 곧바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소비 패턴 변화와 구조적 요인이 맞물리며 단순 '유커 효과'만으로는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은 약 51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외국인 대상 매출액은 4조8415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3969억원) 대비 14% 감소했다. 외국인 1인당 객단가도 지난해 상반기 167만원에서 올해 94만원으로 줄었다. 방문객은 늘었지만 '큰손' 소비는 줄어든 셈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소비 트렌드 변화를 들 수 있다. 한때 면세점 매출을 이끌었던 명품 대신 최근에는 화장품과 건강식품, 김·디저트 등 K-뷰티·K-푸드 상품이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객단가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고가 제품 한두 건으로 매출이 크게 늘던 과거와 달리 소액·다품종 위주 소비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 매출 효과는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국내 면세업계의 구조적 변화도 매출 감소를 부추겼다. 롯데면세점은 2025년 초 보따리상(다이궁) 거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일부 품목에 한해 거래를 선별적으로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따리상 매출 비중은 과거 50% 가까이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10% 안팎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신세계면세점 역시 보따리상에게 지급하던 리베이트율을 낮추고 개별 소비자 마케팅에 집중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결제 불편 역시 유커들 지갑을 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재 국내 면세점에서는 신용카드·현금 외에도 일부 간편결제가 가능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알리페이·위챗페이는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논평에서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결제, 언어 장벽, 문화 적응 등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며 "결제 편의성은 관광객의 소비 경험과 지출 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비자 제도가 재도입되더라도 결제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면세업계는 결제 수단 다양화와 고객 세분화 전략을 해법으로 꼽는다.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중국 간편결제 도입 범위를 넓히고, 해외 카드·QR 결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단체 관광객과 개별여행객(FIT)을 구분해 각각 맞춤형 혜택과 멤버십을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시도가 활발하다. 일본은 주요 백화점과 공항 매장, 편의점에서 일찌감치 중국 간편결제를 도입했고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 매장은 모바일 사전 예약 후 현장에서 상품을 수령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면세는 본질적으로 세금이 면제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백화점 등 다른 유통 채널과 차이가 줄어들면 소비자가 굳이 면세점을 찾을 이유가 없다"며 "단순히 입국자 수 증가에 기대기보다 가격 매력과 편의성을 어떻게 높일지 면세업계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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