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이 백지화되면서 작년 말부터 멈춰 있던 금융당국 인사가 추석 이후 본격 재개될 전망이다. 조직개편 작업이 길어지며 빨라도 내년 4월 이후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정부가 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간부 인사부터 순차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추석이 지나 이달 중순 이후 임원급부터 순차적으로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형주·김범기 상임위원과 이윤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박광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 사표를 제출한 1급 간부에 대한 거취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대영 부위원장이 승진하면서 공석이 된 사무처장 자리도 채워야 한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이제 막 해체 위기에서 한숨 돌린 만큼 정책 추진의 연속성과 조직 정체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간부급 인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는 현재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생산적 금융'과 가계부채 관리, 기업 구조조정 등 각종 현안을 차질 없이 수행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금융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점인 만큼 간부급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1급 인사가 결정되면 국·과장 인사가 차례로 진행된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계엄 선포와 이어진 대선 국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조직개편 논의에 발이 묶여 1년 가까이 전보·승진 인사가 거의 없었다. 승진 적체가 누적된 만큼 이번 인사가 단순 보직 이동 수준을 넘어 대규모 승진과 세대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연말 조직개편과 맞물려 보다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당장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총괄본부로 격상하고 총괄본부장을 수석부원장급으로 올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소보처장은 부원장급이다.
아울러 함용일 자본시장부문 부원장과 김범준 보험부문 부원장보 퇴임으로 공석인 자리도 채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쇄 승진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의 사례를 보면 금융위 사무처장이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금감원 내부 인사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난해 말 이복현 전 원장이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부서장 이동은 소폭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부서장 75명 중 74명이 재배치되고 본부 절반이 신규 승진하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로 이 원장이 쓸 수 있는 '인사 카드'가 많지 않다는 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인사가 장기간 멈추면서 내부 결속력과 정책 집행력이 약화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며 "이번 인사가 단순한 자리 바꾸기가 아니라 정책 방향과 인적 쇄신을 동시에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