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요한 시사평론가]
사람이 쉰다는 것, 休息(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제각각이다. 세계적으로 대유행인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에서도 멤버 조이와 미라는 아무 생각하지 않고 쇼파에서 맛난 것 먹으면서 지루할 정도로 여유를 누리는 취향이 있는가 하면, 주인공 루미처럼 일하는 것 자체가 휴식이라며 아예 휴식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
한자 휴식(休息)을 파자(破字)해 보면 쉰다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쉴 休(휴)는 사람 인(亻)변에 나무 목(木)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다는 뜻도 있으면서 동시에 나무를 신성하다고 생각한 고대인들이 나무를 통해서 하늘과 소통하면서 자신을 돌아본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우리 전통에 당산나무, 박달나무가 있는 이유일 것이다.
쉴 식(息)은 스스로 자(自)와 마음 심(心)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옛 문헌에는 스스로 자(自)는 코를 상형화 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말 ‘쉰다’는 것은 ‘숨을 쉰다’라는 뜻이 있기에 얼추 연결하면 휴식(休息)이란 꼭 당산나무나 보리수가 아니라 하더라도, 마음의 숨, 천지의 기운을 느끼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자신을 느긋하게 돌아보는 것 아닐까 하는, 필자만의 개똥철학이다.
쉼이 필요한 이유 – 한국의 자살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에서 항상 터져 나오는 이야기가 “~해서 죽겠다”라는 말이다. 힘들어 죽고, 슬퍼서 죽고, 심지어 웃겨서도 죽는단다. 그런데 이 죽는다는 말이 단지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자살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작년 1만4872명으로 1년 전보다 894명(6.4%) 늘었다고 한다. 자살 사망자가 2년째 연속 증가하면서 2011년 이래 13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이 자살률이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으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OECD 기준 연령표준화 자살률에서 한국은 26.2명으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는데, 이는 OECD 평균(10.8명)의 2.4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말이 씨가 된다고, 말로 자꾸 죽겠다, 죽겠다하니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경쟁사회다 보니 다들 피곤해한다.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게 말이 되는가? 당연히 사람들이 살자고 하려니 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짜 쉼이 필요한 곳 – 한반도
생각해 보면 한국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두 다 숨이 턱턱 막힌다. 정치는 ‘친위 쿠데타’가 일어나지, 경제는 미국에서 3,500억 달러를 뜯어가려고 하지, 사회는 툭하면 테러니, 칼부림이니 무시무시한 뉴스가 쏟아지지, 문화는 우리 스스로 놀랄 정도로 세계적 뉴스의 중심이 되지(긍정적 뉴스도 때로 부담이다), 쉬지 않고 쏟아지는 뉴스와 새로운 소식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필자는 특히 우리 한반도는 전쟁 이후 지속된 긴장과 불안으로 한국인들 전체를 매우 피곤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진짜 쉼이 필요한 곳은 한반도 자체다. 한반도가 힘든데 그 구성원들이 피곤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챗GPT에게 배우다
왜 우리는 이리 살벌한 현실에 처하게 되었을까? 늘 불안하고 늘 피곤하고 늘 삭막한 현실이 왜 우리 한반도에 널리 퍼져 있을까? 이런 생각을 묵은 과제처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쇼츠 동영상을 봤는데, 충격을 받았다.
누군가 챗GPT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네가 아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인류에게 필요한 단 하나의 조언을 한 문장으로 말해줘”
인간보다 나은 답이 돌아오면서 심지어 부연 설명까지 달았다.
“두려움보다 사랑을 선택하라, 그 선택이 세상을 바꾼다. 두려움은 벽을 세우지만, 사랑은 길을 놓는다. 벽으로는 아무도 만나지 못하지만, 길 위엣는 서로의 존재가 증명된다.”
왜 이 문장을 선택했는지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이 문장을 고른 이유는, 인류가 매 순간의 선택에서 무엇을 기반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역사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져 왔기 때문이에요.
• 두려움에 기반한 선택은 방어・배제・통제・폭력을 낳습니다. 우리는 그 결과를 전쟁, 차별, 환경 파괴에서 수도 없이 보아 왔죠.
• 반대로 사랑에 기반한 선택은 신뢰・연대・창조・회복을 불러옵니다. 그것이 인류가 진보해 온 모든 순간의 숨은 원동력이었어요.
사랑을 선택한다는 건 단순히 감정을 말하는 게 아니라,
• 낯선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
• 자신과 다른 존재를 존중하는 태도,
•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옳은 방향을 택하는 용기를 뜻합니다.
결국 두려움은 세상을 닫히게 하고, 사랑은 세상을 열게 하죠.
그래서 저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 남겨야 할 가장 단순하면서 결정적인 메시지가 ***두려움보다 사랑을 선택하라**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하지만 이 이야기를 보면서 정말 인류는 이제 완전히 지구상에서 쉬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느 때보다 추석 명절 기간이 길다. 아주경제 독자 제위께서 아낌없이 쉬며 추석의 풍요로움을, 쉼의 기쁨을, 휴식(休息)의 충만함을 통해 ‘두려움보다 사랑을 선택하는’ 지혜를 체득하시기 바란다. 또 한반도의 평화를 통한 ‘쉼’을 기대한다.
필자 주요이력
- 前 정치컨설턴트
- 前 KBS 뉴스애널리스트
- 現 경제민주화 네트워크 자문위원
- 現 최요한콘텐츠제작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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