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구호선박 구금...이스라엘 규탄시위 튀르키예·이탈리아 등 각국서 들불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구호품 실은 선박 나포...세계 각국 규탄 성명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가자 구호선단 지지 시위 [사진=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싣고 항해하던 국제 구호선단을 나포하고 배에 탄 활동가 수백명을 구금하자,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각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싣고 가던 42척의 선박과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 500여명의 인권 활동가로 구성된 구호선단 글로벌수무드함대(GSF)를 해상에서 구금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세계 각국은 일제히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구호선단에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공해를 항해하던 민간인에 대한 이번 공격은 가자에서 자행한 반인륜 범죄를 은폐하려는 집단학살 지도자들의 광기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라고 규탄했다.

스페인의 욜란다 디아스 노동장관도 "이스라엘의 행위는 국제법을 위반하는 범죄"라면서 "유럽연합(EU)은 지금 당장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일랜드의 사이먼 해리스 국방장관은 "이것은 끔찍한 인도주의적 재앙에 빛을 비추기 위한 평화로운 임무"라면서 구호선단의 항해를 칭찬했고, 브라질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비폭력 시위대의 권리를 침해하고 신체적 안전을 위협하는 군사행동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도 "이 배들은 비무장 민간인과 생명을 구하는 인도적 물자를 실어 날랐는데, 위협과 강압에 직면했다"고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역시 이스라엘의 행태를 "비열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이런 잔혹 행위는 반드시 종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만행에 유럽 각국의 시민들을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탈리아 주요 도시와 벨기에 브뤼셀, 독일 베를린, 스위스 취리히, 아르헨티나, 튀니지 등에서는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로마 시민들은 테르미니역 앞에서 집회를 열어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쳤고, 일부 시민들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이 사임을 요구한 것은 멜로니 총리의 발언 때문이다. 멜로니 총리는 선단 운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항해 중단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툰베리와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손자 등이 탄 구호선단은 이스라엘에 봉쇄된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지난달 초 스페인에서 출항했다. 

여러 차례 드론 공격을 받은 선단은 전날 오후 가자 해안에서 약 130㎞ 떨어진 지점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나포됐다. 구호선단 측은 일부 배는 공격을 받았고 물대포를 맞는 등 이스라엘군이 공격적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나포된 활동가들은 이스라엘 항구로 이송됐고 추방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구금된 인사 중에는 아일랜드,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등의 현직 정치인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