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도 '올빼미공시' 여전… 장마감 후 절반 가까이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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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도 ‘올빼미공시’ 관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연휴 직전 장 마감 이후 투자자 반응이 제한된 시간대를 활용해 악재성 공시를 쏟아내는 행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추석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일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전체 공시 건수는 총 297건이었다. 이 중 134건(45.1%)이 정규장 종료 이후인 오후 3시30분부터 장외 시간대에 발표됐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상장사 71건, 코스닥 상장사 63건이 해당됐다.
 
이는 예년과 유사하거나 소폭 증가한 수준으로, 뚜렷한 개선 흐름이 포착되지 않았다. 지난해 추석 전 거래일(2024년 9월 27일)에도 장 마감 이후 공시 비율이 44.2%에 달했다.
 
공시 내용 역시 투자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대표이사 변경, 경영권 분쟁, 실적 악화, 거래 제한 등 기업 경영상 중대 사안들이 연휴를 틈타 조용히 공개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이날 장 마감 이후 발표된 공시 중에서는 대표이사 변경이나 소송 등 경영 불확실성을 내포한 사례들이 다수 확인됐다.
 
우선 동성제약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 사내이사 4명의 선임을 취소하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법적 소송에 돌입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이사회 결의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소송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다.
 
영풍제지는 대표이사를 이옥순에서 권혁범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사유는 ‘일신상 사유’로 명시됐지만, 시장에 별도 설명이 제공되지 않아 불확실성을 남겼다.
 
파라다이스는 9월 카지노 매출이 640억원으로 전월 대비 20.4%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실적 악화는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지만, 연휴 직전 조용히 발표됐다.
 
이 외에도 범양건영이 지방자치단체 발주 사업 입찰에서 1개월 간 참가 제한 조치를 받은 사실이 장 마감 이후에야 공시됐다.
 
올빼미공시는 시기보다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키는 게 문제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휴일 직전 갑작스레 공개된 악재성 정보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반면, 일부 기관이나 내부 정보 접근이 빠른 시장 참여자들은 유리한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구조적 불균형이 고착화되고 있다.
 
거래소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조치를 시행 중이다. 3일 이상 휴장 전 마지막 거래일 장 마감 이후 공시는 연휴 이후 첫 거래일 아침에 별도로 홈페이지에 재공지하고 있다. 또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시 교육 강화와 가이드라인 제공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제도적 규제의 실효성이다. 현재 '올빼미공시' 자체를 법적으로 제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대부분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져 있으며, 공시 시점 자체만으로 제재가 이뤄지는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휴나 장기 휴장을 앞둔 공시에서 반복적으로 부정적인 내용이 몰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며 “시장에서 주목도가 낮은 시간대를 악용하는 전략적 공시가 여전히 성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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