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칩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엔비디아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도입한 고숙련 전문직 H-1B 비자 수수료인 1인당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를 회사에서 부담하고 외국인 인재를 미국으로 계속 데려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미국 정부는 기존 2000~5000달러 였던 H-1B 비자 수수료를 신규 신청분부터 10만 달러로 대폭 인상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엔비디아에 있는 많은 이민자 중 하나로서 나는 우리가 미국에서 찾은 기회가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여러분 모두와 전세계에 있는 훌륭한 동료들이 이뤄낸 엔비디아의 기적은 이민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합법적 이민은 미국이 계속 기술과 아이디어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H-1B 비자를 스폰서하는 한편, 관련된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시가 총액이 4조5000억 달러 (약 6400조원)에 이르는 공룡 기업이다. 미국 내에서는 H-1B 비자를 통해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중 하나로 꼽힌다. 올 한 해 1500명의 해외 인재를 H-1B 비자로 데려온 것으로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보도했다. 또한 로이터통신은 H-1B 비자 소지자 중 상당수가 인도와 중국에서 왔다며, 황 CEO가 전 세계 AI 연구자의 절반가량이 중국인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인 신랑감의 인기가 자국에서 시들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는 H-1B 비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이민 정책이 더 엄격해지면서 인도에 있는 가족들이 자녀를 미국에서 근무하는 인도인과 결혼시키려 하지 않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에 대해 통신은 예비 배우자가 직장이나 체류 신분을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최근 첨단과학(STEM) 분야 외국인 졸업생에 대해 구직하지 않아도 자국에 입국해 거주 및 취업을 허용하는 K 비자를 시행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미국 외 취업 대안을 찾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매력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는 인도와 중국 사이의 정치적 긴장으로 인해 미국 H-1B 비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인도인 기술자의 K 비자 발급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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