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일본에서 열리는 '한·미·일 경제대화'에 대거 참석한다.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 무역 마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 속에서 3개국 민관 인사들이 모여 유의미한 협력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한·미·일 3국 정재계 인사가 참여하는 민간 협의체 한·미·일 경제대화가 14~15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회관에서 개최된다. 2023년부터 매년 개최 중이며 올해는 경제 안보, 첨단기술 협력, 공급망 안정화 방안 등 현안이 논의된다.
특히 통상 이슈가 산적한 상황이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이 대거 방일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참석하기 위해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개별적으로 누굴 만나는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체로 3개국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안정적이고 복원력 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해 논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재용 회장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반도체 관세와 관련된 한·일 공동 대응과 공급망 안정화다. 이 회장이 방일한다면 미국 중심인 반도체 기술 동맹에서 삼성전자가 일본 기업들과 유의미한 공급망 협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2년 연속 참석한다. 현대차는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국보다 높은 관세율을 부여받고 있는 게 최대 현안이다. 한·미 통상 협상 타결 지연으로 25% 관세를 계속 부담하면서 3분기 관세비용만 2조50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구금 사태로 대미 투자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걱정거리다. 정 회장은 관련 리스크 점검과 더불어 일본 도요타그룹과 함께하는 수소차 생태계 구축, 휴머노이드 로봇 공동 개발 등 현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등도 현장에서 한·미·일 연대에 힘을 보탠다. 한화그룹은 이번 대화에서 '마스가(MASGA)'로 대표되는 한·미 조선산업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미국 전력·송전망 시장에서 한·미 간 윈윈 전략을 모색할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3국 기업이 정책적 불확실성에 직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현재의 노력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민간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지는 자리"라며 "3국 간 공급망과 투자 협력을 질적으로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