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검찰개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봉정현 변호사 사진법률사무소 세종로
봉정현 법률사무소 세종로 대표변호사 [사진=법률사무소 세종로]
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폭력을 국가가 독점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공권력이라고 부른다. 그 대표적이고 가장 거친 국가 폭력이 어쩌면 수사고, 기소며, 형벌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신뢰를 바탕으로 그 권력 모두를 검사에게 준 바 있다. '범죄자를 잡으라고' 준 권력이다. 하지만 그들이 '범죄자를 만드는' 권력이 되었다는 증언들이 속출한다. 범죄자를 잡으라고 준 국가 폭력으로 애먼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었다면 그건 더욱 중한 범죄다. 천사의 옷을 입은 악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괴물을 잡으려다 스스로가 괴물이 되어버린 검찰이 검찰개혁에 맞서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건희 특검 파견 검사 전원이 본 소속 검찰청으로 복귀시켜달라고 민중기 특검에게 원대복귀 요청의 입장문을 전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최근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분 하에 검찰청이 해체되고, 검사의 중대범죄에 대한 직접수사 기능까지 상실됐는데,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과연 옳겠냐는 입장이었다. 검사는 이제 수사하지 말라며, 왜 자신들에겐 수사도, 기소도, 공소유지도 특검에서 다 하라는 것이냐는 조롱이자, 김건희 특검을 인질 삼은 협박과도 같았다. 국가 폭력으로 범죄자를 잡아야 할 자들이 되레 국민을 상대로 모욕과 협박의 범죄를 범하는 모습처럼 비친다. 

지난 2일 내란 재판 법정에서는 '내란 특검' 파견 검사들이 상복을 상징하는 검은 정장과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재판에 임하기도 했다. 마치 위 원대복귀 요청에 이어 다음 타자로 나선 모습이다. 누가 봐도 검찰개혁에 맞서 항의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해석된다. 시대정신에 따른 검찰개혁은 국민의 명령이란 점에서 이들의 저항은 곧 국민에 대한 항명이다. 대한민국의 어느 공무원도 이러지 않는다. 아니, 감히 하지 못한다.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는 공무원들을 합법적 국가 폭력으로 엄히 형사처벌하는 검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오만함으로 가장 큰 국가 폭력을 가지는 검사만이 오로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리며 집단 이기주의를 감행하는 모습이다. 저리 당당히 저항할 수 있는 이유다.

범죄자를 잡으라고 준 국가 폭력을 자신들 집단을 위해 사용하고 심지어 정적 제거에 활용한 예는 점점 쌓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만 보자. 멀게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있다. 검찰에 의해 한명숙에게 불리한 허위진술을 강요당했다며 한만호 증인이 검사의 모해위증교사를 폭로한 바 있다. 가까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소위 ‘대장동 사건’이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통해 이재명의 최측근인 김용, 정진상에게 현금을 건넸다는 남욱 변호사의 진술이 최근 번복됐다.

자신도 공범이 된 위축된 상황에서 검사가 말한 대로 증언했던 것이라고 사건의 숨은 진실을 밝힌 것이다. 최근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돈봉투 사건’도 있다. 떠들썩했던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폰 녹음파일만으로 혐의 입증이 어렵자, 같은 사건으로 수사받는 박용수 전 보좌관의 배우자에게 검찰이 직접 전화한 사실이 있었다. 송영길 수사에 협조한다면 여러 편의를 제공하고 선처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취지로 회유했다는 사실이 최근 폭로된 것이다. 다시 말해 진짜 범죄자를 잡으라고 준 국가 폭력으로 애먼 자를 범죄자로 조작하고 사건을 왜곡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범죄자를 잡아야 할 공권력이 도리어 범죄집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용서할 수 없는 중범죄다.

이러한 검찰의 비위는 정치적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초코파이 절도사건’이 있었다. 화물차 기사가 협력업체의 사무실 냉장고에 있던 초코파이 약 1000원 상당의 과자를 꺼내 먹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었다. 반면 ‘쿠팡 무혐의 사건’도 있었다. 쿠팡 대표가 퇴직금을 미지급한 혐의에 대해 고용노동청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이, 그것도 지청장의 외압으로 무혐의 처분한 사건이다. 심지어 고용노동청이 제출한 유죄의 핵심증거를 검찰이 증거인멸하듯 누락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너무나 대비되는 두 사건의 전혀 다른 처리에 시민들은 검찰을 상대로 분노하고 있다. 검찰개혁이 곧 민생임을 검사 스스로가 입증한 것이다. 그러고도 검찰은 조금의 반성도 없다. 도리어 앞선 모습처럼 국민을 향해 조롱과 협박, 그리고 항명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외치고 있을 뿐이다.

국가 폭력은 검사의 것이 아니다. 국민주권의 국민이 준 것이다. 당연히 이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 이것이 곧 검찰개혁이다. 검찰의 저항에도 검찰개혁을 완수해야만 하는 이유다. 하지만 또 어떤 모습으로 다음 검사가 타석에 나설지 모른다. 국민의 눈을 속여 도루를 감행할 수도 있다. 검찰개혁 1년의 유예기간 동안 우리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검찰개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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