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먹히는 최약체 원화…3개월 새 2% '뚝'

  • 정부 구두개입도 약발 안먹혀

  • 14일 주간 거래 종가 1431.0원

  • 실질가치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

연합뉴스
[연합뉴스]
1년 반 만의 외환당국 구두개입에도 원·달러 환율이 14일 또 한번 1430원대를 넘기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특히 글로벌 불확실성에 원화는 다른 통화 대비 유독 가치 절하 폭이 과도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를 짓누르는 미·중과 한·미 관세 협상이 일단락될 때까지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80원까지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5.2원 오른 1431.0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은 0.7원 높은 1426.5원으로 출발해 1420원대 중후반에서 오르내리다가 점차 고점을 높여 1430원대까지 올랐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의 구두개입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은 것이다. 

특히 원화는 주요국 통화 대비 최약체 신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원·달러 환율 평균은 1412.40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평균치(1394.97원)를 웃돈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가량 하락했는데 유독 원화가치만 크게 떨어졌다. 

계엄 사태 직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나서도 원화 약세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종가 기준 지난 8월부터 이날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2.1% 절하됐다. 유로화(1.2%)와 영국 파운드(0.9%), 스위스 프랑(0.9%), 호주달러(1.3%) 등이 달러 대비 가치가 오른 것과 대비된다. 일본 엔화(-1.1%)와 캐나다달러(-1.02%)도 가치가 하락하긴 했지만 원화만큼은 아니었다.
 
표한국은행 스냅샷
[표=한국은행 스냅샷]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하는 실질실효환율(REER)에서도 한국 원화는 2015년 평균(=100)을 기준으로 약 10% 낮은 90선에 바짝 다가섰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교역국들과의 물가 수준을 반영해 계산한 실질 구매력 기준의 환율이다. 장기 평균 또는 추세선보다 낮다는 것은, 현재 원화의 실질 가치는 과거 대비 또는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국제 교역 환경에서 원화가 필요 이상으로 약세 평가를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가를 제외하고 단순 환율만을 반영한 명목 실효환율(NEER) 지표에서도 원화는 2020년 기준치(=100)를 하회하는 수준은 물론 지난 8일 기준 89.16까지 떨어졌다.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 고조됐던 지난 4월 8일(87.72)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당시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에 나선 가운데 관세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한국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강경한 미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요구는 원화 약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수출 중심 경제 구조인 우리나라 펀더멘털에는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원화 가치를 짓누르는 한·미 통상 합의 후속 협상이 마무리돼야 환율도 하향 안정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1420~1430원 대에서 등락이 예상되지만 대미 투자 관련 상방리스크가 확대되면서 1450원대, 그리고 2024년 말과 2025년 초 고점이었던 1480원대까지 테스트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중 관세 협상이 완료되기까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현재 기대할 수 있는 건 10월 29일~30일 중 APEC 정상회의에서 관세 합의점 윤곽이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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