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의 스케치] 반도체 소재·장비에 뛰어든 LG… 경쟁력 갖출까

  • LG전자 '하이브리드 본더' 뛰어들어 AI 시대 대비

  • LG이노텍·LG화학도 관련 사업… 신성장동력 마련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 사진LG전자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 [사진=LG전자]

LG그룹이 LG전자를 필두로 한 반도체 소재·장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가 반도체 패키징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뛰어드는가 하면 LG이노텍과 LG화학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가속화할수록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 LG의 반도체 역량 확대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생산기술원(PRI)은 지난 7월부터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착수했다. 2028년까지 양산 검증(POC)을 마치고, 2030년부터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에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탑재되는 D램을 적층할 때 사용하는 장비로, 기존 열압착 방식인 TC 본더보다 상위 버전이다. 칩 사이 단자(범프) 없이 D램을 완전히 포개 칩 간 간격을 줄일 수 있고, 발열도 줄어든다.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은 AI 개화와 맞물려 계속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은 2023년 7조2500억원 규모에서 2033년 19조34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비교적 진입장벽이 높은 본더 분야에 뛰어든 배경에는 지난 10년간 생산기술원 중심으로 축적해온 반도체 장비 연구개발(R&D) 경험이 있다. LG전자는 이미 반도체 칩을 기판에 부착하는 일반 본더 장비를 조립·테스트 전문업체(OSAT)에 공급한 경험이 있다.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사업 재편도 불씨를 당겼다. 반도체향 스마트팩토리 솔루션과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에 힘을 주고 있어 하이브리드 본더 등 반도체 장비 사업을 키워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동시에 반도체 기판용 레이저 다이렉트 이미징(LDI) 노광 장비, 유리기판용 글라스관통전극(TGV) 레이저 및 검사 장비, HBM용 6면 고속·고정밀 검사 장비 등도 개발 중이다.

LG이노텍은 전장부품사업에서 차량용 반도체 분야로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LG이노텍이 공략에 나선 '차량용 AP 모듈'은 차량 내부에 장착돼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과 같은 자동차 전자 시스템을 통합 제어하는 반도체 부품이다. 컴퓨터의 CPU처럼 차량의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LG이노텍에 따르면 AP 모듈의 수요는 자율주행 등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발전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6월에는 모바일 반도체 기판에 활용하는 '코퍼 포스트(구리 기둥)'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반도체 기판의 크기를 최대 20%까지 줄이고, 회로 집적도와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AI·5G 화상처리 등 고사양 모바일 반도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

LG화학도 지난달 '액상 PID' 개발을 완료했다. PID는 반도체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미세 회로를 형성하는 감광성 절연재다. 전기 신호의 통로를 만들고 회로 정밀도를 높여 반도체의 성능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첨단 패키징 공정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한편 LG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빅딜' 구조조정 일환으로 LG반도체 지분을 현대전자에 넘기며 반도체 사업과 멀어진 바 있다. 최근 반도체 관련 다양한 사업은 당시 상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향후 B2B 중심 신사업 핵심 전략으로 그룹 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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