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관세 협상] 美 '3500억 달러 선불' 막을까…APEC 앞두고 치열한 물밑 신경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계기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계기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에 대한 물밑 협상이 진행된 가운데 이번 방미 협상단의 성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온 '선불 투자'는 무리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불 투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만큼 신중론도 여전히 팽배하다. 이에 한·미 통상당국은 이달 말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까지 후속 조치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韓 당국자 귀국…구윤철 "베선트, 외환시장 이해 높아"
1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관세 협상을 위해 워싱턴DC 출장길에 올랐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하루 뒤인 20일 오후 한국으로 돌아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대면 협의를 통해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지급할 수 없는 상황, 외환시장 충격에 대한 우려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논의 초점은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의 구체화에 집중됐으며 향후 통화스와프 체결 등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대책도 마련될 예정이다.

김 실장은 지난 16일 김 장관과 함께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한·미 양국은 앞선 7월 말 미국의 상호관세와 자동차·자동차 부품에 대한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나서는 것을 골자로 한 관세 협상의 큰 틀을 마무리했지만 미국이 전액 직접 투자를 주장하면서 최종 타결이 미뤄져 왔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4220억 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는 만큼 전액 직접투자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은 구 부총리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이러한 내용을 설명한 뒤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윤철 부총리는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베선트 장관이 재무장관인 만큼 한국 외환시장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다.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좋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3500억 달러 선불이 무리인 것을) 내부에 이야기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것은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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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대미 수출 2개월 연속 '뚝'…양국 정상회담서 타결 관측도
다만 사실상 관세 협상의 최종 승인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선불 언급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만큼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관세 성과를 주장하면서 "한국은 3500억 달러 선불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 수출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대미 수출은 1년 전보다 1.4% 줄어든 102억7000만 달러에 그쳤다. 8월 이후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추석에 따라 올해 조업일수가 4일 늘어났지만 대미 수출은 오히려 역성장했다. 수출 중심 경제인 우리나라 특성상 수출이 흔들리면 경제 전반으로 여진이 미칠 수 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APEC 정상회의로 향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말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최종 합의문을 도출을 목표로 최종 합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특정 시기를 예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APEC이 두 정상이 만나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양국 협상단에서 이 기회를 활용하자는 공감대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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