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룸] "제가 쐈습니다"… 아베 전 총리 저격범, 3년 만의 첫 재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사제 총으로 쏴 숨지게 해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야마가미 데쓰야 사진지지·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사제 총으로 쏴 숨지게 해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야마가미 데쓰야 [사진=지지·EPA·연합뉴스]
2022년 7월 일본 나라시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사제총으로 숨지게 한 야마가미 데쓰야(45)의 첫 재판이 28일 열렸다. 그는 법정에서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나라지방법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첫 공판을 진행했다. 사건 발생 3년 만에 열린 재판으로, 야마가미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사실이다, 내가 한 일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유무죄가 아닌 형량이다. 재판에서는 피고의 성장 환경과 어머니의 종교가 범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검찰은 “전례 없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범행이며 불우한 성장 배경이 형벌을 가볍게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피고는 아동학대에 가까운 환경에서 자라며 어머니의 신앙에 휘둘려 인생이 파탄났다”며 “가정연합에 대한 복수심이 범행의 동기로 이어졌다”고 맞섰다.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그가 초등학생일 때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입신해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포함한 약 1억 엔(약 9억5000만 원)을 헌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가정은 붕괴했고, 2015년 형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종교에 대한 원한도 깊어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헌금으로 생활이 무너졌고, 교단과 관계가 깊던 아베 전 총리를 노렸다”고 진술했다.

공판은 총 19차례 열릴 예정이며, 2026년 1월 21일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변호인 측은 어머니와 여동생, 종교학자 등 5명의 증인을 불러 신앙이 사건에 미친 영향을 입증할 계획이다. 

반면 검찰은 사건을 목격한 국회의원과 부검의 등 7명의 증인을 통해 피고의 살의와 범행의 악질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씨는 피해자 참여 제도를 통해 재판에 참여하지만 직접 출석하지는 않는다. 대리인이 법정에서 그녀의 심정을 담은 서면을 낭독할 예정이다.

사건 발생 3년 만에 열린 공판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몰렸고, 32석뿐인 방청석에 727명이 신청해 약 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재판소 주변에는 수백 명의 취재진과 시민이 몰려 사회적 관심을 반영했다.

한편, 야마가미는 2022년 7월 8일 나라시 거리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중이던 아베 전 총리에게 접근해 자작 총기를 발사했다. 그는 현장에서 체포돼 약 6개월간의 정신감정을 거쳤으며, 2023년 살인죄와 총포도검법 위반 등 5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사건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기며 부모의 신앙으로 고통받는 ‘종교 2세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이후 일본 정부는 가정연합의 운영 실태를 조사했고, 도쿄지방법원은 2025년 3월 교단 해산 명령을 내렸다. 교단 측은 도쿄고등법원에 즉시 항고한 상태다.
 
2022년 7월 8일 선거 지원 유세 중 총격을 받아 쓰러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진나라 교도·연합뉴스
2022년 7월 8일 선거 지원 유세 중 총격을 받아 쓰러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진=나라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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