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룸] "이렇게 빨리 무너진 건 처음"…독감 폭풍에 일본 학급 6323곳 문 닫았다

독감으로 붐비는 일본 병원 사진연합뉴스
독감으로 붐비는 일본 병원 [사진=연합뉴스]
일본에서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초·중·고교와 유치원·어린이집에서 학급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달 17∼23일 한 주간 조사 대상 병원당 평균 독감 환자 수는 51.1명으로 14주 연속 증가했다. 도쿄 미나토구의 한 병원에서는 같은 기간 100명 이상이 독감 진료를 받았다. 해당 병원 원장은 “이미 독감에 걸린 적이 있어도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니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급격한 확산은 학교 운영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17∼23일 감염 학생 증가로 임시 휴업(학급·학년 폐쇄)을 시행한 학교와 어린이집·유치원은 6323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배에 달한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 사는 42세 직장 여성은 “5학년 딸 반이 4일 동안 폐쇄돼 재택근무와 유급휴가로 아이를 돌봐야 했다”며 “이렇게 빨리, 이렇게 많은 학급이 폐쇄되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둘째 딸의 학교에서도 독감으로 인해 학급이 폐쇄돼 예정된 소풍까지 취소됐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폐쇄 기준이 학교마다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이 여성은 “둘째 딸 반은 결석 학생 6명으로 폐쇄했는데, 다른 반은 결석자가 9명인 날도 있었지만 폐쇄하지 않았다”며 기준의 불명확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학교보건안전법은 감염병 발생 시 학급 폐쇄나 임시휴업을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하지 않아 실제 결정은 지자체 또는 학교장이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지자체는 결석 비율을 기준으로 삼아 도쿄도는 20% 안팎, 오사카부는 15% 이상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니가타대 사이토 레이코 공중위생학과 교수는 “어린이를 통해 보호자 등 가족으로 감염이 번지면 지역 사회 전체로 확산되기 쉽다”며 “독감 유행 초기에 학급 폐쇄를 하면 확산을 막는 데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독감 환자 폭증과 학교 내 학급 폐쇄가 반복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의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각 학교가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는 현재 방식에서는 학생·교사·학부모 모두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며, 교육과 방역 사이의 갈등 또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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