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명수 국토연구원 부원장 "수도권 일극화, 저출산·부동산 위기 근원… 균형성장만이 해법"

  • "5극 3특으로 성장거점 재편하고 지방에 일자리·인프라 집중… 2차 공공기관 이전 속도 내야"

김명수 국토연구원 부원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명수 국토연구원 부원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수도권 일극화가 인구·경제·부동산 전반에 걸쳐 국가적 위기로 심화되고 있다.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GDP의 절반, 500대 기업 본사의 80% 가까이 몰린 현실은 단순한 지역 불균형을 넘어 국가 생존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김명수 국토연구원 부원장은 수도권 집중이 저출산과 부동산 급등이라는 두 개의 국가적 위기를 동시에 낳는 근원적 원인이라고 단언한다. 지방에서는 일자리 부재가, 수도권에서는 치솟는 주거비가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 의지를 꺾고 있다는 것이다.
 
해법으로 김 부원장이 제시하는 것은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다섯 개의 성장 거점으로 재편하고, 지방에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를 집중 육성함으로써 수도권 집중을 구조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조속한 추진과 권역별 60분 교통체계 구축, 균형성장영향평가제도 도입 등 구체적 수단을 통해 국토 성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김 부원장과 일문일답.
 
-인구 감소와 일자리, 부동산 등 수도권 일극화가 국가적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국토연구원의 역할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국토 일극화는 지역갈등을 넘어 국가 생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할 상황이 됐다. 수도권은 전체 면적의 11.8%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50.8%, GDP의 52.5%, 일자리의 58.5%가 집중돼 있다. 500대 기업의 77%, 100대 상장기업 본사 79개도 수도권에 있다. 금융기관, 대학, 의료시설의 집중도 심각한 상황이다.
 
비수도권의 소외와 상실감은 매우 심각하며,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지역이 골고루 잘사는 균형성장 정책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생존전략이다. 국토연구원은 이 집중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균형성장이 수도권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처방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역대 정권들이 국토균형 발전을 추진했으나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현 정부의 5극 3특 전략을 설명해 달라.
 
"고도성장기에는 한 지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이 타당했을 수 있다. 집중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이 예상보다 과도한 상태가 됐고, 집적의 이익보다 비효율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 선진국 단계에 들어선 현 시점에서는 국토를 보다 넓게 쓰면서 골고루 잘사는 국토정책이 절실하다.
 
5극 3특은 수도권 일극에서 다섯 개 성장거점으로 국가성장 전략을 재편하고, 지방 주도로 성장의 중심을 전환하는 것이다. 첫째, 기업이 투자하고 청년이 꿈을 키우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권역별 기존 주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대학 지원도 확대해 인재를 공급하는 산학연 혁신성장 거점을 조성하는 것이다. 둘째, 대중교통으로 누구나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5극 3특 권역별 60분 교통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주거·의료·복지 등 정주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서비스의 통합연계망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2~3개 지방정부 간 광역연합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출범시키거나 여건이 조성된 지역은 행정통합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광역 거버넌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 중앙-지방-민간 3자 간 초광역특별협약도 활성화해야 한다. 넷째, 균형성장 기대효과를 측정해 효과가 높은 사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균형성장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지방에 더 많은 재원이 배분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김명수 국토연구원 부원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명수 국토연구원 부원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저출산이 지역 불균형과 연결된다고 보는지, 정책적으로 어떤 접근이 중요한가.
 
"저출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인구학적 요인, 사회구조적 요인, 문화심리적 요인 등이 작용한다. 그러나 한국적 상황에서 수도권 집중은 가장 근원적인 원인이다. 주거비 부담과 주거불안정이 크게 작용하는데,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주거안정성을 침해하고 이것이 저출산에 가장 크게 작용한다.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 비중이나 통근 시간, 생활필수시설 접근성 같은 주거환경도 출산 의향에 영향을 미친다.
 
고용불안정도 중요한 원인이다. 정규직 여부나 장기근속 가능성 같은 고용전망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의사결정에 직결된다. 이러한 고용안정성 문제가 지방에서 더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지역 불균형과 저출산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지방 청년이 지방에 정착하게 되면 수도권 집중이 완화되고, 수도권 집값도 안정되면서 결혼·출산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균형발전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가장 근본적인 해법인 이유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정부가 공언했는데, 1차 혁신도시가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어떻게 보나.
 
"2003년 6월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방침을 발표하고 2005년 계획을 수립해 2012년부터 본격 이전을 추진했다. 2019년 10개 혁신도시와 세종시에 153개 공공기관 이전을 완료했다. 당시 정부와 12개 시·도지사 간 기본협약을 체결하고 노조와도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노·정 간 기본협약을 맺은 것이 성공적 추진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존재한다. 수도권 346개 공공기관 중 176개만 이전되면서 정책 신뢰도가 하락했고, 이전기관이 전국에 분산 배치돼 집적 효과가 미흡했다. 이전기관이 지역산업과 연계해 혁신 효과를 내는 것도 기대에 못 미쳤다. 종전 부동산 매각 지연 문제에 대한 정부 지원도 미흡했고, 혁신도시의 정주여건 개선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1차 이전으로 수도권·비수도권 인구 역전 시점이 2011년에서 2019년으로 약 8년 늦춰진 것은 분명한 성과다. 1차 이전 직후 곧바로 2차 이전을 추진했다면 수도권 집중현상을 지금보다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2차 이전의 핵심은 신속한 추진과 이전기관의 집적을 통한 효과 극대화다."
 
김명수 국토연구원 부원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명수 국토연구원 부원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수도권 일극화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며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전반을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부동산 시장은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강화돼 온 서울 선호 지역 아파트 불패 신화와 높은 가격 상승 기대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전체 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인구 감소의 영향이 지역적으로 차별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 특히 청년층 감소가 심각해 지방소멸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반면, 서울·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과 아파트 수요 쏠림이 부동산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늘어난 유동성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서울·수도권 선호 아파트는 급등하고, 그 외 지역과 유형은 상대적 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이는 지역(수도권·비수도권)·유형(아파트·비아파트)·연식(신축·구축) 등 주택 특성별로 다차원적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안정을 위해서는 공간적 균형성장과 함께 자산시장에서 주식시장 등 생산적 금융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도록 치밀한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수도권에서 집값과 생활비용 상승이 주거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어떤 주거복지 정책이 필요한가.
 
"해외 연구들을 보면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와 안정된 시기에 주거복지 정책은 달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시장 상황과 지역 특성을 고려해 차별적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지역에서 금융지원은 가격 상승을 심화시키는 부정적 영향을 낳는다는 우려가 높다. 대신 초기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저렴한 어포더블 하우징(중저소득자를 위한 주택공급정책, 예: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효과적인 정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전세자금 대출이나 주택구입 자금 대출 같은 수요를 자극하는 직접 금융지원은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정책 금융은 취약계층 주거안정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도록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 공급 측 정책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 대응이나 긴급 주거지원처럼 단기 대응이 필요한 과제는 이슈별로 적극 대처해 주거복지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
 
-현 정부에서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강조가 커지면서 국토연구원의 역할도 더 중요해질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는.

"1978년 설립 이래 국토연구원은 국토균형발전과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국토·도시·인프라·부동산·공간정보·국제협력 등 국토 전반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수행해 온 국책연구기관이다.
 
수도권 집중은 저출산과 부동산 급등이라는 두 가지 국가적 문제의 근원적 원인이다. 5극 3특을 중심으로 한 균형성장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지역별 경쟁력 있는 특화산업 발굴, 인력 공급을 위한 대학 지원, 광역급행철도 등 광역대중교통체계 확대가 동반돼야 한다.
 
국토연구원은 균형성장을 통해 수도권 부동산 급등 문제를 푸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정책 지원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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