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부터 일본 도쿄전력 관내 기업들은 중동발 에너지 가격 변동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떠안게 된다. 이란을 둘러싼 군사 충돌 여파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도쿄전력이 원유 가격 변동을 종전보다 빠르게 요금에 반영하는 '즉시 전가 제도'를 전격 도입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기존대로 완만하게 가격을 반영하는 가정용과 달리, 새로운 요금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기업들은 급격한 시황 변동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는 가혹한 경영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도쿄전력이 4월 사용분부터 도입하는 새로운 요금제 개편의 핵심은 '반영 시차 단축'이다. 기존에는 연료비 변동을 완충 기간을 두고 서서히 요금에 전가했으나, 앞으로는 전월 말까지 수입한 연료 가격을 기초로 다음 달 요금을 바로 산정한다. 이러한 시스템 변경은 사실 이번 전쟁 때문이 아니다. 닛케이에 의하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에너지 가격 급등분을 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경영 위기를 겪었던 전력 회사들이 그동안 공들여 준비해온 구조적 변화다. 그러나 지난 2일 이란 혁명수비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 이후 두바이유가 6일 기준 배럴당 94달러대까지 치솟으면서, 이미 예정됐던 요금제 개편이 기업들에게는 거대한 안보 리스크로 돌변하게 됐다.
이러한 요금제 개편의 변화는 일본 내 지역별 산업 경쟁력의 희비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도쿄전력과 주부전력은 연료비 반영 시차를 한 달 내외로 단축하며 수도권 기업들에 리스크를 전가하는 반면, 오사카 등 서일본을 기반으로 하는 간사이전력은 여전히 3~5개월 전의 수입 가격을 기준으로 요금을 결정하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닛케이에 의하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불안이 지속될 경우, 수도권 기업들은 전력 비용의 예측 불가능성이 극대화되어 영업이익 관리에 비상이 걸리는 반면, 간사이 지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완충 지대를 확보하게 된다. 일본은 수입 원유의 약 90%,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10%를 호르무즈 해협 경유로 조달하고 있으며, 특히 LNG 장기 계약 가격의 약 70%가 원유 가격에 연동되어 있어 국제 정세가 곧바로 기업 비용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가계 경제 역시 시차만 있을 뿐 타격은 피할 수 없다. 가정용 전기료의 경우 이번 요금제 개편에 포함되지 않아 반영 속도는 기업용보다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최근의 연료비 급등분은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철인 6월부터 11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다이이치세이메이경제연구소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97달러 선을 유지할 경우, 일본 내 일반 가구의 연간 전기·가스 요금 부담이 약 1만 5000엔(약 13만 5000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2024년 가계 조사 기준 광열비가 전체 지출의 1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실질 소득 감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자체 발전 시설 없이 도매 시장에서 전기를 사다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소규모 민간 사업자인 신전력 업체들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닛케이에 의하면 연료 부족이 심화될 경우 도쿄 관내 도매 전력 가격은 현재의 2배 수준인 1킬로와트시(kWh)당 최대 19.6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 전력 구매 원가는 급등하는 반면 소비자에게 받는 요금은 기존 계약에 묶여 있어, 중동 사태 같은 돌발 악재가 터지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에 빠져 파산하는 업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력 조달의 20% 이상을 스팟 시장에 의존하는 신전력 업체들과 그 이용자들은 가격 급등에 따른 요금 폭등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전기료라는 실물 경제의 뇌관을 건드리면서 일본 에너지 안보 전략의 재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새로운 에너지 기본 계획을 통해 현재 70%에 달하는 화력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4% 수준으로 대폭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외부 충격에 취약한 화력 대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소의 비중을 높여 안보와 비용 안정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4월 요금제 개편은 일본 산업계와 가계에 에너지 절약 및 전원 구성 전환의 필요성을 부각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