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여의도 증권가는 인사가 한창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주요 증권사들의 정기 인사가 12월 초까지 이어집니다. 인사의 핵심은 단연 '실적'입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말은 인사의 제1 준칙입니다. 이직이 잦은 증권사에선 실적 말고도 다양한 요인들이 인사에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 중 같은 직장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선·후배의 인연의 끈입니다. 특히 후배가 선배를 끌어주는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올해 새로 취임한 김병철 한양증권 대표이사와 KCGI 강성부 대표의 관계입니다. 지난 6월 KCGI는 한양증권을 인수하며 첫 수장으로 김병철 KCGI자산운용 부회장을 선임했습니다.
원래 동양종합금융증권(현 유안타증권)에서 김병철 대표 휘하에 강성부 대표가 근무했지만, 강 대표가 신한투자증권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김 대표를 임원으로 영입했습니다. 이후 KCGI가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인수할 때도 김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이번 한양증권 인수에서도 다시 김 대표를 수장으로 맡기면서 오랜 인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강성부 대표가 김병철 대표에게 연이어 중책을 맡긴 것은 실력과 신뢰를 겸비한 인물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며 쌓은 선후배 간의 유대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SK증권을 인수한 J&W파트너스의 장욱제 대표와 김신 전 SK증권 대표의 관계입니다. 두 사람은 미래에셋증권 파생상품본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데요. 1963년생인 김 전 대표가 1968년생인 장 대표보다 선배입니다. 2018년 SK증권의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인 J&W파트너스로 바뀌었음에도 김 전 대표의 단독 대표 체제는 지난해까지 유지됐습니다. 김 전 대표가 지난해 퇴진하면서야 장 대표가 SK증권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업계에서는 장 대표가 SK증권 인수 이후에도 믿을 수 있는 선배 체제를 유지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물론 이런 인사 배경에 단순한 '의리'만 작용한 것은 아닐 겁니다. 성과 중심의 냉정한 평가가 우선이겠지만,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며 쌓인 신뢰와 호흡이 더해진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요즘은 실력 있는 후배가 선배를 챙기는 시대"라며 "과거에는 선배가 후배를 끌어주는 문화였지만, 이제는 후배가 판을 짜고 선배를 모시는 구조도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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