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통신에서 컴퓨터로…" 中 양자굴기 다음 목표는 '상용화'

  • 22조원 쏟은 中...美 양자기술 '추격전' 가속

  • 양자통신 이어 양자컴퓨터 선두 넘보는 中

  • 中 국가 주도 생태계... 美 구글·IBM式과 비교

각국별 양자기술 특허출원건수 비교 자료맥킨지
각국별 양자기술 특허출원건수 비교 [자료=맥킨지]

최근 중국과학원 정밀측정과학기술혁신연구원(정밀측정원)이 개발을 주도한 중성원자 양자컴퓨터인 '한위안(漢原) 1호'가 중국 국유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자회사에 납품됐다. 판매대금만 총 4000만 위안(약 8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한위안 1호는 파키스탄의 한 기업에도 수출됐다.

이는 중국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첫 중성원자 방식의 양자컴퓨터가 실험실에서 벗어나 상용화에도 성공했음을 보여준 사례다.

미국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양자컴퓨터 방면에서도 중국에 제재를 가하는 가운데, 중국은 자체 기술로 양자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양자 기술이 미국과의 기술 패권전쟁에서 '게임체인저(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는 중국은 정책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22조원 쏟은 中...양자기술 '추격전' 가속


양자 기술은 더는 쪼갤 수 없는 물리학 최소 단위인 양자 역학적 특성을 활용해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어 훨씬 빠르고 안전하고 강력한 컴퓨팅, 통신, 센싱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 핵심 기술이다.

현재 전 세계 양자기술 패권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렉시스넥시스는 미국이 아직은 앞서 있지만, 중국이 미국과의 격차를 줄여나가며 오는 2027년 양자 기술 방면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실제 양자기술 특허와 연구 출판 활동에서 중국과 미국은 이미 양강 체제를 형성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은 누적 총 1만8649건의 양자기술 특허를 등록하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특허 등록건수 7601건으로, 미국·일본·독일에 이은 4위다. 하지만 같은 기간 특허 출원건수에서는 중국이 3만5540건으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마르코 리히터 렉시스넥시스 지적재산권(IP) 담당 수석 디렉터는 "수년 전 전기차 방면 특허에서 나타났던 기술 변화가 오늘날 (중국이 전기차 강국으로 올라선) 현실이 된 것처럼, 양자컴 분야에서도 중국의 특허 보유량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해볼 때 수년 내 중국이 양자 기술 방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중국 정부가 그만큼 양자기술에 거액을 투입하면서 지원사격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의 14차5개년 계획(이하 14·5계획) 기간인 2021~2025년 동안 중국 정부가 양자기술에 투자한 액수만 153억 달러(약 22조원)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그 뒤를 일본(92억 달러), 미국(60억 달러), 독일(52억 달러)이 이었다.

중국은 이미 14·5 계획기간 양자기술을 국가 발전을 위한 7대 핵심 과학기술로 선정해 기초 연구와 핵심기술 개발에 중점을 뒀다. 또, 내년부터 시작할 15차5개년 계획 기간(2026~2030년)에서는 새로운 경제 성장점으로 육성할 여섯 가지 미래 산업 중 첫째로 양자 과기 산업을 제시했다. 이는 앞으로 양자기술이 실험실에서 벗어나 산업 방면에서 적극 접목시켜 경제성장에 기여하도록 발전시키겠다는 뜻이다.
 
양자통신 이어 양자컴퓨터 넘보는 中


사실 중국은 양자 통신 방면에서는 이미 두각을 드러내 왔다. 2016년 세계 최초 양자 위성통신인 '묵자호(墨子號)'를 발사한 데 이어 2017년엔 베이징~상하이를 잇는 2000㎞ 구간에서 앙자통신망을 상용화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8종8횡'의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2021년엔 하늘과 땅에서 총 4600㎞에 걸쳐 유무선으로 양자암호통신을 주고받는 쾌거를 이뤄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도 실렸다. 양자 암호키 분배(QKD) 기술은 이미 중국 정부기관·금융·전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됐다.

중국은 이제 미국이 앞서있는 양자 컴퓨팅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3월 중국 양자컴퓨터 아버지 격인 중국 과학기술대 판젠웨이 중국과학원 원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한 105 큐비트(Qubit)의 양자컴퓨터 시제품 '조충지(祖冲之) 3호'가 대표적이다.

조충지 3호는 양자컴퓨터 성능을 테스트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인 양자 난수 회로 샘플링 작업을 기존의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보다 1000조배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는 중국이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그룹으로 도약했음을 선언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중국 언론들도 "지난해 10월 '네이처'지에 발표된 구글의 최신 양자기술보다 100만배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中 국가 주도 생태계... 美 구글·IBM式과 비교


중국의 양자기술 개발은 정부기관과 국립대학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글·IBM 등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차이가 있다. 중국의 대부분의 양자기술 기업도 정부기관과 대학 실험실에서 탄생했다.

중국 양자기술 간판기업 궈둔양자(國盾量子·퀀텀시텍)가 대표적이다. 중국과학원과 중국과학기술대가 주요 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이 기업은 양자통신으로 처음 시작했지만, 최근 양자컴퓨터 방면으로도 영토를 넓혔다. 양자컴 '조충지' 개발 작업에도 참여한 유일한 기업이다. 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에도 상장했다.

이외에도 번위안양자(本源量子·오리진퀀텀), 량쉬안과기(量旋科技·스핀큐), 궈이양자(國儀量子· CIQTEK)가 중국 '양자컴퓨터 3인방' 기업으로 꼽힌다. 번위안양자와 궈이양자는 중국과학원 실험실에서 탄생했으며, 량쉬안과기는 칭화대 중국과기대 전문가들이 모여서 설립한 회사다.

중국 내에선 미국의 제재 속 글로벌 양자 거버넌스에도 적극 참여해 미래 기술 패권을 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국 싱크탱크 궈관즈쿠는 "양자 컴퓨팅 경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닌 국가 혁신 시스템과 전략적 지구력에 대한 시험"이라며 "중국이 양자 컴퓨터 기술 발전을 위해선 미국의 압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유럽연합(EU)이나 아랍에미리트와 양자 기술 방면에서 기술 교류 협력을 진행하고, 글로벌 양자 거버넌스 분야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미래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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