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즈오카현 시미즈항에 정박한 화물선의 선저(船底)에서 코카인 20㎏이 발견되면서, 일본 해상보안청이 선체 외부에 마약을 붙여 운반하는 ‘기생형(파라사이트형)’ 밀수 조직을 처음으로 검거했다.
요미우리신문·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제3관구 해상보안본부는 12일 브라질 국적 남성 3명과 일본인 남성 1명 등 총 4명을 마약 및 향정신약물단속법 위반(영리 목적 수입 미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은 도쿄 아다치구 거주 이토 파비오 히데키(47), 미나토구 거주 야마나카 레오나(44) 등으로, 신원 외 직업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의 실마리는 지난해 1월 발생했다. 2024년 1월 29일 심야에 시즈오카현 후지시 다고노우라항에서 화물선 선저 부근을 잠수하던 남성 1명이 작업 중 익사했다. 그는 웨트슈트 차림으로 산소통과 스패너 등 공구를 지니고 있었고, 해수 취수구(取入口) 주변에서 장치를 열려던 흔적이 드러났다.
이후 다음 달, 익사자의 시신이 시미즈항 인근 해상에서 발견되자 해상보안청은 이를 단순 사고로 보지 않고 수사에 착수했다. 시즈오카·가나가와 경찰, 마약단속부, 요코하마·나고야 세관과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졌고, 익사자가 선저에 숨겨진 마약을 회수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사건 당시 문제의 화물선은 이미 일본을 출항한 뒤였지만, 올해 7월 시미즈항에 다시 입항하면서 수사가 급진전됐다. 해상보안청 잠수팀이 선체를 수색한 결과, 수심 약 12m 지점의 선저부 취수구 내부에서 코카인 약 20㎏이 발견됐다. 코카인은 1kg씩 테이프로 밀봉돼 보스턴백에 담겨 있었고, 선원들은 마약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상보안청은 화물선이 일본에 도착하기 전 중남미 여러 항구를 경유한 점을 근거로, 코카인이 생산지인 중남미에서 선체에 부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 외부에 마약을 숨겨 ‘기생하듯’ 운반하는 파라사이트(parasite)형 밀수는 최근 국제적으로 확산 추세다. 일본에서도 2019년 아이치현 미카와항에서 유사 사건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이번 검거는 일본에서 기생형 밀수 조직이 실체를 드러내고 체포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당국이 큰 의미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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