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APEC 정상회의가 심천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은 상징적이다. 심천은 더 이상 ‘중국의 실리콘밸리’라는 표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 도시는 기술을 만드는 곳을 넘어, 기술이 일상을 지배하고 도시를 설계하는 방식을 스스로 증명해낸 거대한 실험실이다. APEC이 향후 10년 동안 다루게 될 디지털 경제, 녹색 전환, 공급망 안정, 스타트업Startup)성장이라는 의제와 가장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도시가 바로 심천이다.
심천을 걸어보면 APEC이 왜 이곳을 택했는지 금방 이해된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전기자동차, 무인 편의점, QR 기반의 도시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심천의 기술은 ‘쇼케이스’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바로 체험되는 시스템이다. 정책으로 설계해 보여주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시민들이 사용하고 피드백하며 진화시키는 미래다. APEC이 말하는 ‘포용적, 현장 기반 혁신’이 가장 현실적 형태로 구현된 도시가 바로 심천이다.
도시의 산업 생태계도 APEC의 방향성과 정확히 포개진다. 특히, 화웨이, 텐센트, BYD, DJI로 대표되는 글로벌 혁신 기업과, 화창베이 일대의 메이커, 하드웨어 창업 생태계가 ‘한 도시 안에’ 공존한다. 연구기관, 제조공장, 디자인 스튜디오, 샘플 제작소가 자동차 이동거리 10~20분 안에 배치되어 있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곧바로 프로토 타입이 만들어지고, 시장으로 연결되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도시중에 하나일 것이다. 공급망 안정과 스타트업 활성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이 도시의 구조는 APEC 회원국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모델일 것이다.
전시 인프라도 APEC과 잘 맞는다. 심천월드컨벤션센터(SWEC) 는 50만㎡ 규모, 심천전시컨벤션센터는(SZCEC)는 28만㎡ 로, 글로벌 정상회의와 CEO 서밋, 산업 전시, 혁신 데모데이를 한 공간에서 연출할 수 있는 전시장이다. 특히, APEC 개최를 위해 짓고 있는 심천국제교류중심(深圳国际交流中心)역시 APEC이 지향하는 ‘경제, 기술, 문화가 만나는 MICE 플랫폼’의 완성형이자, 도시 브랜딩과 산업 전략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는 최적의 무대로의 준비를 하도 있다. 나아가 전시장 바깥의 도시 풍경 역시 APEC의 메시지를 강화한다. 전시장을 나서면 곧장 로봇 식당, 3D프린팅 메이커 숍, UAM 실험 구역을 만날 수 있다. 도시 전체가 회의의 확장 무대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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