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외교 마찰이 고조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양국 외교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 전쟁으로 확대될 경우 중일 의존도가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직격탄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23일 반도체 업계는 중일 양국의 외교 신경전이 첨단 산업을 둘러싼 공급망 전쟁으로 확전될까 우려하고 있다. 중일 양국 경제 라인에서 맞불 대응 카드로 희토류와 반도체 장치 수출 제한을 각각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원자재를 비롯해 소재·부품·장비의 대부분을 중국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일본산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통해 K-칩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장비 중 약 30%가 일본 수입에 의존한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 소재 부품으로 꼽히는 과산화수소수, 블레이드·염소 등은 일본에서 90~100% 사 온다.
이렇게 설계된 메모리 제품들은 중국에서 상당수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 플래시 전체 생산량의 40% 가량을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D램의 48%를 우시 지역에서, 낸드플래시의 20%는 다롄 지역에서 만들고 있다.
만약 중국과 일본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무역 통제에 나선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기업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일본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 견제용으로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강화하는 추세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설비와 낸드 플래시 생산에 사용되는 식각 장비 등을 규제 대상에 포함한 게 대표적이다. 일본 장비를 사용하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 중국 현지 공장에 장비 반입이 늦춰질까 노심초사하는 이유다.
중국도 미국과 일본 등을 겨냥해 희토류를 전략 무기화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상무부는 수출 통제 대상으로 디스프로슘(Dy) 등 희토류 7종을 발표한 바 있다. 노광기, 식각기 등 반도체 정밀 장비에 쓰이는 핵심 소재로 중국이 90% 가까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해외에서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역외 수출자'도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문화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또한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일 갈등이 되레 한국 기업에 득보단 실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시장에서 일본산 반도체 장비와 부품 수급이 불안정해진 틈을 타 한국 기업의 입지를 넓힐 기회라는 점에서다. 실제 중국 정부는 약 3440억위안(약 71조원) 규모의 제3기 반도체 투자 기금을 비롯해 막대한 예산을 반도체 장비 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반도체 장비 내재화율은 여전히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만 업계는 미중 무역 갈등 분위기에 중일 갈등까지 더해졌다는 점이 사태의 심각성을 키운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AI발 반도체 수퍼사이클'을 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분위기에 찬물을 뿌릴 수 있어서다. 한 업계 전문가는 "2010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당시 한국 완성차 및 부품 기업들이 상당수 피해를 본 경험이 있지 않느냐"면서 "미중 갈등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중일 갈등까지 더해진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이중고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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