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 개발] "기간 단축, 비용 절감" 기대 효과… K-제약, 기술 적용 속도 높인다

  • AI 신약개발 연평균 성장률 30%가량... "AI의 제약·의료 산업 경제적 가치 161조 추산"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복잡하고 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AI가 부작용 가능성과 약물 특성을 사전에 예측하며 개발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통상 10~15년 걸리고 비용도 2조~3조원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신약 후보물질이 실제 상업화로 이어질 확률은 100만분의 1 이하다. 

AI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AI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 기간이 기존 대비 절반 수준인 6~9년으로 줄어든다. 비용 절감 효과도 커 미국 바이오업체인 리커전은 AI를 활용해 R&D 비용을 50% 이상 절감했다.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시장은 2023년 14억9350만 달러(약 2조1900억원)에서 2030년 91억7020만 달러(약 13조44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29.6%에 이른다. 맥킨지는 제약·의료 관련 상품 산업에서 AI가 만들어낼 경제적 기대 가치를 연간 최대 1100억 달러(약 161조7500억원)로 추산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일찌감치 AI를 신약 개발 전략의 한 축으로 삼았다. 사노피는 지난해 AI 기반 신약 개발 스타트업 포메이션바이오·오픈AI와 손잡고 AI 신약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화이자는 올 초 AI 기반 신약 개발을 위해 포스트에라와 협업을 확대했다. 포스트에라는 AI 플랫폼 '프로톤'을 활용해 신약에 적합한 화학물질과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업체다. 

국내 기업들도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은 AI 전담 조직을 꾸려 지난해 웹 기반 AI 신약 개발 포털 '데이지(DAISY)'를 구축했다. 해당 시스템을 활용해 2개월 만에 비만·당뇨 관련 활성물질을 발굴했다. 암세포 억제 후보물질 발굴 후 특허 출원이 가능한 선도물질 확보에는 6개월 걸렸다. 기존 방식이라면 최소 1~2년 이상 걸리는 개발 주기가 크게 단축된 것이다.

한미약품은 AI를 물질 설계 단계뿐 아니라 작용 기전 분석, 동물·인간 번역 연구까지 확장해 적용하고 있다. 한미는 최근 AI 연구 플랫폼 'HARP'를 공개했다. 이를 활용해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 개발 과정에서 세포 내 신호전달 물질(cAMP)의 예측 정확도를 70% 이상으로 높였다. GC녹십자도 혈우병 환자의 관절병증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등 AI를 확대 적용 중이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가동에 들어간 AI 기반 신약 연구개발(R&D) 통합 플랫폼 '제이웨이브'를 통해 후보물질 가능성을 사전 예측해 불필요한 실험 단계를 줄였다. 삼진제약과 동아에스티 등은 정부의 AI 플랫폼 개발 사업에 동참하며 AI 역량을 높이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AI 역량이 아직 글로벌 대비 초기 단계지만 데이터 축적 속도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AI 신약 개발은 후발 주자라도 검증된 기술과 모델을 활용해 시행착오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데이터 품질을 높일 장기적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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