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의 스캐치] 팹리스 생태계 구축 시작… K-반도체 산업, 본격 재편 스타트

  • AI시대, '설계' 필수적… 메모리 일변도 벗어나 팹리스·시스템반도체로 확장

  • 팹리스 인력 육성도 중요하지만 '톻합 생태계' 만들어 자생력 확보할 수 있어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AI 시대 반도체산업 전략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AI 시대, 반도체산업 전략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AI 시대의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 맞서 K-반도체 생태계 전면 재편에 나섰다. 2047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총 700조원을 투입해 대형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팹리스(반도체 설계) 산업을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메모리 중심의 기존 산업구조를 뛰어넘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설계 인재, 지역 인프라를 망라하는 종합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방안 중 특히 '팹리스' 육성이 눈길을 끈다. 2047년까지 팹을 10기 이상 신설하고, 12인치 40나노급 '상생 파운드리'를 구축해 국내 팹리스 기업에 생산 물량을 우선 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시스템반도체 설계·생산 체인을 국내에 안착시키겠다는 의지다. 동시에 AI 특화 반도체(NPU, PIM 등), 화합물 반도체, 첨단 패키징, 차세대 메모리 등에 대규모 연구·개발(R&D)와 시설 투자를 병행한다. 또한, 기존 수도권 집중 구조를 벗어나 광주(패키징), 부산(전력반도체), 구미(소부장) 등을 잇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도 순차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가 팹리스 중심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강조한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 구도 변화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던 국내 기업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AI 및 시스템반도체 수요에는 팹리스 설계 역량과 파운드리 생산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해외에서는 설계 중심 팹리스에 파운드리, 패키징, 소재·부품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체인이 시장 주도권을 쥐어 왔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를 국내에 이식해 글로벌 경쟁에서 메모리에만 의존하지 않는 다각화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인력 양성도 주요 축이다. 정부는 최근 ARM과 'ARM 스쿨(가칭)' 설립을 계획하는 등 반도체 설계 인재 확보에 나선다고 밝혔다. 팹리스 설계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강화해 시스템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패키징, 소재 공급까지 이어지는 '통합 생태계' 틀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정부의 이번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시장을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반도체 산업을 단일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설계-생산-패키징-소부장-인재-지역'이 연결된 복합 생태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다만 구상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선 팹리스 스타트업의 경쟁력 확보, 파운드리 및 패키징 공정의 안정화, 소재·장비 생태계의 내재화, 지역 인프라 조성,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결국 관건은 실행이다. 계획을 실제 팹과 공장, 설계 기업, 패키징 센터, 소재 공급망을 통해 구현해낼 수 있느냐에 따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지형이 재편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K-반도체 2강'으로 향한 출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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