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유재산 '헐값매각·졸속 민영화' 차단한다

300억 이상 매각 국회 사전 보고…감정가 이하 매각 원칙적 금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사진=유대길 기자 [e-mail]]

 

정부가 국유재산과 공공기관 자산의 헐값 매각과 졸속 민영화를 차단하기 위해 자산 매각 제도를 전면 손질한다. 300억원 이상 정부 자산을 매각할 때는 국회 소관 상임위에 사전에 보고해야 하며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기획재정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자산 매각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그간 국정감사와 국회, 언론 등에서 제기한 헐값 매각 논란과 매각 과정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정부 자산의 무분별한 민영화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앞으로 정부 자산을 단순한 재정 수입 수단이 아닌 국가와 지역 공동체, 미래 세대 이익을 극대화하는 공공재로 재정립했다. 국민 자산의 내재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경제 성장과 사회적 과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자산 매각 과정 전반에 대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토대로 정부 자산 매각 관리 체계가 개편된다. 정부는 각 부처와 기관별로 외부 전문가 중심의 매각 전문 심사기구를 신설해 매각 대상 선정과 가격 적정성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300억원 이상 매각 건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소관 상임위에 사전 보고해야 하며, 50억원 이상 매각도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등 전문 심사기구의 보고·의결을 의무화한다. 이번 조치로 연간 16건 이상의 거래가 국무회의와 국회 상임위를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금 여유자금 운용 등 시장 대응적 자산 매각이나 기관 고유 업무 수행을 위한 상시적 매각 활동은 보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매각해야 할 때에는 사후 보고로 갈음해 행정 부담을 최소화한다.

헐값 매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도 강화된다. 감정평가액 대비 할인 매각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불가피한 때에도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감정평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에 대해서는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심사필증 발급을 의무화하고, 수의 매각 요건도 합리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국회의 통제를 한층 강화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기관 지분을 매각할 때는 국회 소관 상임위의 사전 동의 절차를 신설해 민영화 여부를 국회가 사전에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보 공개도 대폭 확대된다. 정부 자산 매각이 결정되면 입찰 정보는 즉시 온비드에 공개되고 매각 이후에는 자산 소재지와 가격, 매각 사유까지 투명하게 공개된다. 모든 공공기관의 자산 매각은 온비드 사용을 의무화하고 국유재산법령을 준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민간 매각에 앞서 지방정부나 다른 공공기관의 행정 목적 활용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도록 의무화하고 공공주택 공급이나 신산업·사회적경제 지원 등 전략적 활용을 통해 정부 자산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하고 300억원 이상 매각 국회 사전 보고와 할인 매각 원칙적 금지 등 행정부 차원의 조치는 연내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로 국유재산 매각 절차가 과도하게 까다로워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양질의 국유재산은 적극 활용하되 활용 가치가 낮은 자산은 매각해야 하며 이를 문제없이 처리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급적 민간에 매각하기보다는 정부가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국유재산은 공공주택 공급, 청년임대주택, 신혼부부 주택 등으로 가치를 증대시켜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