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 특별기획] 집값·저출생·저성장 문제, 뿌리는 하나 '수도권 일극화'

  • 급증한 주거비 부담에 '출산 기피'…산업·교육·의료 인프라 분산이 핵심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및 주택단지들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및 주택단지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일극화’는 집값 급등과 저출생, 나아가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한국 사회 구조적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구·자본·정책 결정의 수도권 집중이 복합적인 사회문제를 증폭시키며 미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절반을 넘는 인구가 몰려 사는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태어나지 않은 한국의 미래: 저출산 추세의 이해' 보고서에서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수도권 과밀화가 가장 심각한 수준이며 출생률 감소의 중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지방의 청년층 유출과 일자리 부족이 출산율 저하를 부추기고 수도권의 높은 주거비 부담과 주거 불안정 상황도 출산 결정을 어렵게 한다는 분석이다.

국토연구원도 ‘국토 불균형과 저출산의 관계’ 보고서에서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이 10% 오를 때마다 합계출산율은 0.01명, 조출생률은 0.09명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수도권에 인구가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주택 수요가 지방과 비교할 수 없이 늘었고 급등한 주거비 부담이 청년층의 결혼·출산 결정에 큰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책연구기관들은 저출생이 지속될 경우 향후 수십 년간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노동력 부족이 가속화되고 내수 기반 약화와 성장 잠재력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다.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는 수도권 일극화가 실제로는 선택의 여지가 제한된 결과라는 주장도 나온다. 양질의 일자리와 대학, 의료·문화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것은 자발적 선택이기보다는 생존 전략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의 주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집값과 전·월세 상승은 다시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유현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수도권 집중화의 원인에 대해 "수도권에 있어야 일자리와 교육의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부동산 등 자산을 지킬 수 있으며 수준 높은 의료와 문화의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이 현실과 부합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도권과 지방 간의 임금 격차를 비롯해기업 본사 비중, 상급 종합병원의 접근성과 의료의 질, 문화 인프라 등 대부분의 객관적 지표가 소위 수도권(서울) 프리미엄을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의 정책은 집값, 출산, 지역 균형 발전을 각각 분리된 과제로 다뤄온 측면이 크다. 주택 정책은 수도권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에 집중했고 저출생 대책은 현금성 지원 위주로 설계됐으며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상징적 이전이나 단기 사업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구조적 원인인 수도권 일극화가 근본적으로 완화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과 출산율 회복, 국가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단순히 ‘사람을 지방으로 보내는 정책’이 아니라, 일자리와 산업, 교육과 의료의 중심을 분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거 빠른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선택했던 경제적·교육적 인프라의 수도권 배치를 적극적으로 지방 이전해야 한다"며 "이와 같은 정책은 단기간이 아닌, 30~50년 이상의 장기 과제로 보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될 수 있도록 일정한 준칙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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