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서도 트럼프 지지 후보 승리, 중남미 '우경화 물결' 더 거세진다

  • 트럼프가 지지한 아스푸라 당선 확정...선거 혼란 속 '블루 타이드' 합류

온두라스 대통령 당선자 나스리 아스푸라 사진AFP·연합뉴스
온두라스 대통령 당선자 나스리 아스푸라 [사진=AFP·연합뉴스]


개표 지연 및 부정선거 의혹 등 각종 논란 속에 치러진 온두라스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받은 보수 성향 후보가 승리를 확정 지었다. 이에 중남미 전반으로 확산 중인 우경화 흐름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온두라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CNE)는 이날 우파 국민당의 나스리 아스푸라 후보가 40.3%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도우파 자유당의 살바도르 나스랄라 후보는 39.5%로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으며 집권 좌파 리브레당의 리시 몬카다 후보는 3위에 그쳤다.

아스푸라 당선인은 결과 확정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온두라스 국민 여러분, 저는 통치할 준비가 돼 있다.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1월 27일 취임해 2030년까지 임기를 수행할 예정이다. 선거 과정에서 민간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친기업 정책을 내세웠고, 외교적으로는 중국 대신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 집계 시스템 혼란으로 전체 투표의 약 15%에 달하는 수십만 표를 수작업으로 재집계해야 했다. 초박빙 결과까지 겹치면서 선거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울러 세 번째 대선에 도전한 나스랄라 후보는 집계에서 제외된 표가 있다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지자들에게는 폭력 사태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누락에 기반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주의는 피로 때문에 멈추지 않는다. 오늘은 온두라스 국민에게 가장 슬픈 크리스마스"라고 말했다.

집권당인 자유와 재건당(리브레당) 소속 루이스 레돈도 국회의장 역시 결과를 "완전히 불법이며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아스푸라 후보를 "온두라스에서 자유를 위한 유일한 친구"라고 치켜세우며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아스푸라 당선인이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온두라스에 대한 미국의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지연을 문제 삼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예비 결과가 달라질 경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나스랄라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나스랄라 후보는 이달 초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막판 개입이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해쳤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스푸라 당선인을 향한 지지가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등 보수 지도자들과 연대해 중남미 전역에 보수 블록을 구축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파나마,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에서 보수 또는 중도우파 정권이 잇따라 들어서며 과거 좌파 정부 확산을 뜻했던 '핑크 타이드'는 힘을 잃는 모습이다. 범죄와 치안 불안, 불법 이민, 경기 침체가 유권자들의 핵심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강경한 질서 회복을 내세운 우파 후보들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결과 발표 이후 엑스를 통해 "미국은 아스푸라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며, 그의 행정부와 협력해 서반구의 번영과 안보를 증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주기구(OAS) 역시 선거 과정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향후 조사 보고서와 권고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OAS 사무총장은 "선거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으며, 온두라스 기관들이 수행한 업무를 인정하지만 모든 표의 재검표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4일 치러진 칠레 대선에서도 중남미 정치 지형의 우경화 흐름이 재확인됐다. 칠레 대선 결선에서 유권자 1570만명은 칠레 공산당 소속 히아네트 하라 후보 대신 강경 보수 성향의 공화당 소속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당선인을 선택했다. 이는 2021년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을 택하며 '핑크 타이드'의 상징 국가로 떠올랐던 것과는 정반대 결과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gigs2026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