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이사'는 이치조 미사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전 세계 13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일본에서 먼저 영화로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일본판 영화가 12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오랫동안 기준으로 여겨졌던 '러브레터'를 제치고 일본 실사영화 흥행 1위에 오른 바 있다. 소설·영화·뮤지컬로 이어지며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전형을 보여준 이 IP가 이번에는 한국 영화로 다시 태어난다.
한국판 '오세이사'는 원작의 기본 설정과 정서는 유지하되, 인물과 공간, 서사를 한국 10대 청소년의 현실에 맞게 재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아 하루가 끝나면 그날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소녀 서윤(신시아 분), 그런 서윤의 곁에서 매일 그녀의 기억을 채워가는 소년 재원(추영우 분)의 청춘 멜로를 중심에 세웠다. 학교, 스터디카페, 노래방 등 고등학생들이 실제로 자주 찾는 공간을 영화적 무대로 삼고 여수·대전·파주·광주·정읍 등 국내 곳곳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해 익숙하면서도 영화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일상을 배경으로 한 첫사랑의 설렘과 잊히는 기억을 붙잡으려는 인물들의 마음을 여름 풍광과 함께 담아낸다.
연출을 맡은 김혜영 감독은 데뷔작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로 베를린영화제와 청룡영화상 등에서 주목받은 신예다. 그는 원작 소설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가 가진 감성을 살리면서도 한국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친구 관계와 청춘의 고민에 초점을 맞췄다. 재원과 서윤, 두 인물의 방과 집, 학교 동선 등 공간 설계에도 공을 들여 '익숙한 한국의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첫사랑'이라는 느낌을 강화했다.
연출은 '82년생 김지영'으로 367만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 김도영 감독이 맡았다. 일상의 디테일과 관계의 감정을 집요하게 관찰해 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우리가 사랑했던 20대, 망쳐버렸던 사랑과 잘 이별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Y2K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2000년대 배경, 자취방과 고시원, 오래된 MP3 플레이어와 폴더폰, 싸이월드 감성을 환기시키는 음악과 소품 등은 관객 각자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장치로 쓰인다.
캐스팅 조합도 화제다. 구교환은 컴퓨터 공학도 은호를 연기하며, 다정하지만 서툰 청년이 연인과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문가영은 지방에서 상경해 버티듯 살아가는 자취생 정원을 맡아 20대 초반의 불안과 30대 커리어우먼의 단단함까지 한 인물의 시간대를 넓게 소화한다.
음악은 '사랑의 이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을 통해 감각적인 작품을 선보여 온 김장우 음악감독이 맡았다. 임현정과 팀의 히트곡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사랑합니다…'를 비롯해 오왠과 적재의 신곡 '그대는', 'Time' 등이 삽입곡(OST)으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두 작품은 검증된 해외 로맨스 IP의 한국식 재해석한 작품이다. 일본에서 소설·영화·뮤지컬로 이미 흥행에 성공한 '오세이사', 중국에서 사랑받은 로맨스 영화를 원작으로 한 '만약에 우리'는 모두 서사와 감정의 골격을 갖춘 IP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한국의 공간·정서·배우·음악을 입혀, '우리에게도 있었던 이야기'로 옮겨오는 방식을 택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중심의 소비가 일상화된 지금, 극장가에서 로맨스 장르의 존재감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반복돼 왔다. 그럼에도 연말 극장가는 여전히 '함께 보고, 함께 떠올리는 영화'를 향한 수요가 남아 있는 시기다. 일본·중국에서 이미 인기를 입증한 로맨스 IP를 한국식 청춘 서사로 다시 쓰는 이번 시도들이 올겨울 관객들의 선택을 얼마나 끌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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