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만 해도 한국 증시는 ‘전 세계 꼴찌’라는 불명예 속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연말,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코스피는 주요 국가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로 한 해를 마쳤다. 세금 부담 완화와 시장 정상화 신호에 반응한 자금이 돌아왔다. 시중 자금이 생산적인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장이 먼저 증명한 셈이다.
현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도 분명하다. 부동산이 아니라 주식과 자본시장, 혁신 산업으로 돈이 흐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경제 구조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여전히 ‘사기만 하면 오르는 자산’으로 인식된다. 어느 예금, 어느 주식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믿음은 이제 투자가 아니라 상식이 됐다. 낮은 보유세와 느슨한 과세 체계는 이런 확신을 더욱 굳혀 왔다.
정치권은 이 문제 앞에서 늘 머뭇거렸다. 부동산 세제 개편은 표와 직결된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물론 세금 인상이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그러나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국민적 확신을 방치한 채,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을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그 부담은 이제 특정 세대를 넘어 국민 다수에게 확산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주택담보대출을 떠안은 가계는 장기간 원리금 상환에 묶이며 소비 여력을 잃고, 이는 내수 전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을 사려는 수요는 쉽게 줄지 않는다. 이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다.
우선 부동산 세제부터 손봐야 한다. 예외를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부동산 자산 전체에 정상적인 보유 비용을 부과하는 구조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실거주 1주택 보호’라는 명분은 고가 주택 선호를 키웠고, 자산을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보유 형태가 아니라 가격과 자산 규모에 따라 공평하게 부담하는 체계로 전환하지 않는 한, ‘가지고만 있어도 오르는 자산’이라는 기대를 바꾸기 어렵다.
그 다음으로는 과세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사고팔 때만 세금을 내는 구조에서는 자금이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 보유에 비용이 발생하면 자산은 더 높은 생산성을 찾아 이동한다. 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 흐름의 문제다.
자본시장이 부동산의 현실적인 대안이 되도록 제도 설계도 병행돼야 한다. 장기 투자 계좌와 연금, ISA와 주식 투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집을 사지 않아도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신뢰를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문제의 뿌리인 서울 1극 체제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방 거점 국립대와 연구기관, 공공기관과 기업 기능의 분산 없이는 어떤 세제 개편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서울대 100개 만들기 같은 구상이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는 선택지조차 남지 않는다.
시중 자금을 어디로 흐르게 할 것인가. 부동산에 묻어둘 것인가, 아니면 기업과 산업, 미래 성장으로 돌릴 것인가. 이 선택이 곧 현 정부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증시는 살아났다. 이제 국정의 시험대는 부동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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