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상법개정안 온다] 자사주 의무 소각에 EB 금지까지...기업들, 경영권 방어·자금 조달 고심 커져

  • 자사주 소각 의무화 땐 기업 자금 운용 숨통 막혀

  • 경영권 방어력 줄어 '먹튀' 헤지펀드 공격에 취약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관련 안내 사항이 나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관련 안내 사항이 나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개정안'이 글로벌 경쟁에 놓인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에 심대한 위해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자사주를 통한 자금 조달과 경영권 방어는 '먹튀' 헤지펀드로부터 회사와 주주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인데도 불구하고,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의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및 처분 규제 강화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3차 상법개정안)'을 이르면 이달 내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3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법 적용 효과를 보겠다는 계산이다.

당정은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수단이나 사실상의 기업 금고로 활용돼 왔다며, 소각 의무화를 통해 소액주주 보호와 주주환원 확대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주주환원을 넘어 경영 안정성과 재무 전략을 동시에 훼손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한국은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 주요국에서 활용되는 경영권 방어 장치가 제도적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자사주가 사실상 유일한 방어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

실제로 과거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와 헤지펀드가 한국 기업을 상대로 경영권 압박을 가한 사례는 적지 않다.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의 SK㈜ 경영권 공격, 2015년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와 손해배상 소송 등이 대표적이다.

재계는 이러한 환경에서 자사주가 협상력을 높이고 경영권 안정성을 유지하는 실질적인 수단 역할을 해 왔다고 평가한다. 소각이 의무화되면 외부 자본의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줄어들고, 경영권 리스크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자금 조달 측면의 부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주는 위기 국면이나 대규모 투자 시 재매각, 교환사채(EB),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신속하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소각이 강제되면 기업은 차입이나 유상증자 외에는 선택지가 제한되고, 이는 재무비용 증가, 신용도 하락,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금리·저성장 국면에서 기업의 재무 여력을 제약하는 제도 변화가 결국 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바이오 등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수적인 산업일수록 자사주를 통한 유동성 관리와 경영권 안정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 중견기업의 경우 자금 여력이 제한적이이서 자사주가 경영 안정성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재무 운용과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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