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퇴로 열어주려 '실거주' 유예 검토…시장은 "고무줄 규제" 혼란

  • 구윤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완 방안 내주 발표"

  • 토허제 문제점 자인…갭투자 악용 우려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다주택자의 매물 유도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 실거주 원칙 일부를 무력화하는 보완책 검토에 착수했다. 투기 억제를 위해 "살 사람만 사라"며 대출과 입주 요건을 옥죄었던 정부가, 매물을 끌어내기 위해 스스로 규제의 빗장을 푸는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관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토허구역 내 주택 매수 시 '세입자 퇴거 시점'까지 실거주 시한을 유예하는 방안 등을 최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되, 임대 중인 주택 등 국민의 불편은 최소화할 보완 방안을 다음 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오는 5월 9일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에 맞춘 행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 및 경기 12개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토허구역 내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허가 시점으로부터 4개월 내에 반드시 잔금을 치르고 즉시 입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세입자가 있어 임대차 계약 기간이 남은 '세 낀 매물'은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해 다주택자들이 이를 팔고 싶어도 못 파는 '거래 절벽'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에 정부는 5월 9일까지 계약을 완료한 거래에 대해 잔금 및 등기 기한을 기존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하고, 특히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세입자가 있는 경우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을 임대차 계약 종료까지 늦춰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1회(2년)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한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경우 최장 2년의 임차 기간이 발생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빠르게 매각하기 어렵다는 난점을 해소시키고, 시장의 매물 출회도 단기간에 최대한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정부의 대응을 두고 사실상 토허제의 설계 결함을 자인한 셈이라고 비판한다. 무리한 실거주 입주 등의 규제가 임대차법에 따른 세입자의 권리와 시장 관행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정상적 거래까지 막아왔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토허제를 광범위하게 지정한 상황에서 일부 완화가 이뤄질 경우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가 사실상 '갭투자(세를 끼고 매매)'의 통로를 열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4개월 내 입주가 가능한 매수자만이 토허제 구역에 진입할 수 있었으나,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면 향후 입주를 목표로 하는 대기 수요자들이 대거 유입될 수 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세입자의 보증금만큼 초기 투자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급지 매물을 미리 선점하려는 '선취매' 수요가 가세할 경우, 오히려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일관성 결여를 꼬집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장해온 투기 기준을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있다”며 “고무줄식 기준은 규제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시킬 수 있다. 향후 구체적 실무안에서 완화 기준을 세분화해야 투기 수요 유입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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