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까지 바꿨다…오리온, 중국서 '국민 과자' 된 비결

  • 법인명부터 인력 99%까지 '뼛속까지 현지화'

  • 작년 중국 법인 매출 1조3000억 한국 앞질러

  • 글로벌 메가 브랜드 9개 중 5개 중국서 탄생

오리온 글로벌 대표 제품 사진오리온
오리온 글로벌 대표 제품 [사진=오리온]


오리온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 제품 구성까지 현지 문화에 깊숙이 스며들며 글로벌 사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특히 감자 스낵 '야투도우'(오!감자)를 필두로 한 현지 맞춤형 전략은 국내 법인을 넘어서는 실적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10일 오리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오리온 중국 법인 매출액은 1조3207억원으로 한국 법인 매출(1조1458억원)을 약 15% 웃돌았다. 그룹 전체 매출(3조3324억원)에서 중국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1995년 중국 법인 설립 이후 30여 년간 공들여온 현지화 전략이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오리온의 성공 비결은 ‘무늬만 현지화’가 아닌, 정체성부터 바꾼 과감한 승부수에 있다. 오리온은 중국 진출 초기부터 영문명 대신 현지 정서에 맞춘 ‘하오리요우(好麗友·좋은 친구)’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30년 세월이 흐른 지금, 중국인들에게는 오리온이라는 이름보다 하오리요우가 훨씬 익숙하다. 2000년 이후 태어난 소비자 중 상당수는 하오리요우를 중국 토종 브랜드로 착각할 정도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오리온은 현재 베이징 인근 랑팡을 비롯해 상하이, 광저우, 셴양 등지에 총 6개의 생산 공장을 운영하며 중국 전역을 아우르는 공급망을 갖췄다. 단순히 생산 시설만 갖춘 것이 아니라, 전체 직원 4000여 명 중 99% 이상을 현지인으로 채용해 지역별 소비 성향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현재 6개 공장 중 4곳의 공장장을 현지인이 맡고 있으며, 영업과 마케팅 등 사업 핵심 부문에도 현지인 리더 체계를 구축해 기동성을 높였다.

현지 사정에 밝은 인재 풀(pool)은 대륙의 식문화를 꿰뚫는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오리온은 중국인이 토마토를 썰어 구워 먹거나 스튜로 즐기는 식문화를 반영해 ‘야투도우(오!감자) 토마토맛’을 출시하는 등 국내에 없는 맛을 끊임없이 선보였다. 특히 최적의 시즈닝을 찾기 위해 현지 감미료 회사의 모든 양념을 테스트한 일화는 오리온의 집요한 노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밀착형 제품 개발 전략은 오리온이 보유한 글로벌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브랜드 9개 중 5개를 중국에서 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다. 2018년 출시한 랑리거랑(꼬북칩) 또한 마라새우맛, 쌀새우맛 등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며 성공 공식을 이어가고 있다.

정서적 접근도 주효했다. 오리온은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 정’을 중국에서 ‘하오리요우 파이’로 선보이며 로열티 구축에 집중했다. 한국의 ‘정(情)’을 공자 사상의 핵심 가치인 ‘인(仁)’으로 재해석하고, 기존 파란색 패키지를 중국인이 선호하는 붉은색으로 변경해 정서적 문턱을 낮췄다. 그 결과 하오리요우 파이는 1997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중국의 대표 간식 지위를 지키고 있다.

유통망 측면에서는 1700개 이상의 현지 경소상(도매 유통업자)과 협력하는 간접영업체계를 구축해 시장을 촘촘히 파고들었다. 최근에는 급성장 중인 간식점, 편의점, 이커머스 등 신규 채널 전용 제품을 확대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1~9월 중국 법인 누적 매출이 전통 채널의 부진 속에서도 전년 대비 5% 성장한 배경에는 이러한 채널 다각화 전략이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은 지역별 기호와 소비 성향 차이가 뚜렷해 현지 생산과 제품 개발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동안 축적한 현지화 노하우와 R&D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 영토 확장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