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에 대한 실질적인 공격을 예고하면서 일본의 에너지 안보와 물류망이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은 수입 원유의 90% 이상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에 의존하고 있어 이곳의 항행 장애는 일본 에너지 수급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다.
물류 현장의 혼란은 이미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1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는 200척 이상의 선박이 항행을 멈춘 채 대기 중이며 이 중 일본 관계 선박만 43척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닛케이신문은 대기 선박 중 유조선이 최소 150척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페르시아만 인근에서 유조선 3척이 공격을 받아 손상되고 선원 1명이 사망하는 등 실질적 타격이 확인되면서 현장의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MS&AD를 비롯해 가드(Gard), 스쿨드(Skuld), 노스스탠더드 등 글로벌 주요 해상보험사들이 오는 5일부터 해당 해역에 대한 '전쟁 위험 보험' 인수를 일제히 중단하기로 하면서 해운사가 운항을 원하더라도 보험 보장이 없어 출항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실질적 '금융적 봉쇄'가 실현됐다. 일부 보험사가 추가 보험료를 지불하면 보상을 유지하는 '바이백(Buy-back)' 옵션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물류비의 천문학적 상승을 의미해 선사들에겐 대안이 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금융적 봉쇄'가 가시화되자, 시장은 공급망 마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즉각적인 패닉 셀에 빠져들었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6% 급등한 배럴당 71.23달러에 마감했다. 문제는 이러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일본 경제 전반에 심각한 하방 압력을 가하는 것은 물론, 다카이치 내각이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물가 안정 대책'의 실효성을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엔·달러 환율이 157엔대까지 치솟은 역대급 엔저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폭등이 겹치면서, 일본 기업과 가계가 체감하는 수입 단가 부담은 이른바 '더블 펀치'를 맞은 형국이다.
이같은 압박에 금융 시장도 반응했다. 3일 오전 일본 국내 채권 시장에서 국채 선물 3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0.43엔 하락한 132.81엔에 거래를 시작했다.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면서 채권 매도세가 이어진 결과다.
다이이치세이메이경제연구소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할 경우, 가격 상승 압박이 가솔린을 넘어 전기·가스 요금 등 에너지 전반으로 파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 가격이 현재보다 35% 가량 추가 상승하면 정부가 투입한 대규모 지원책 효과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상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 분석 역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 수준에 안착할 경우, 일본의 실질 GDP가 연간 0.65% 하락하고 물가는 1.14% 상승하여 심각한 경기 후퇴(리세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다카이치 정권이 당초 기대했던 '1월 실질 임금 플러스 전환' 계획을 무산시키고, 내수 소비를 붕괴시키는 악순환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실질적인 수급 관리 단계로 대응 수위를 격상했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2일 오후 석유연맹 등 업계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해 상황을 점검하고, "국가 비축유 방출을 포함해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한 모든 가능한 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심야에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원론적 대응을 넘어, 정부가 실제 공급 차질 가능성을 상정한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했음을 시사한다.
현재 일본은 약 254일분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인 물량 공백은 방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시각은 냉정하다. 비축유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며,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번 작전 기간을 '4~5주'로 상향 언급하며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시나리오가 가시화되면서 일본 자산에 대한 리스크 회피 심리가 확산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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