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안정에 대한 관리 수위를 높이면서 식품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 과징금 등 전방위적 압박 속에 주요 원재료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하에 나선 가운데 가공식품 업계는 정부의 인하 요구가 완제품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환율 여파로 실적 부진이 심화된 상황에서 가격 인하 압박까지 더해지며 업계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상은 지난 13일 올리고당과 물엿 전 품목의 소비자용(B2C) 제품 가격을 5% 인하했다. 인하 대상은 청정원 올리고당과 물엿 등 총 11개 SKU다. 대상은 기업 간 거래용(B2B) 제품 가격도 평균 3~5% 낮출 예정이다.
앞서 주요 업체들도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대한제분은 지난 1일부터 업소용 제품을 중심으로 밀가루 가격을 평균 4.6% 인하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달 초 B2B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각각 6%, 4% 내린 데 이어 소비자용 설탕과 밀가루 전 제품 가격을 평균 5%에서 5.5%가량 낮췄다. 사조동아원과 삼양사도 각각 5.9%, 4~6% 수준으로 가격을 내리며 인하 흐름에 합류했다.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으로는 표면적으로 원가 부담 완화가 꼽히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정부의 전방위적인 물가 관리 정책이 결정적인 촉매제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에 총 400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강력한 제재 의지를 보였다. 정부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TF’를 가동하며 독과점 기업 등 물가 상승 유발 요인에 대한 점검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물가 압박이 원재료를 넘어 가공식품 전반으로 확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물가 안정에 대한 고강도 메시지를 거듭해왔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정부가 식품산업협회 및 주요 식품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설 물가 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등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가공식품 제조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일부가 인하되었다고 해서 제품 가격 인하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품 원가에서 밀가루나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팜유, 포장재, 물류비 등 다른 원가 요소와 인건비 상승분이 여전히 경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이어지는 고환율 기조는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식품사들의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주요 식품 기업들의 성적표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연결기준(CJ대한통운 제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2% 감소한 8,612억 원에 그치며 수익성이 크게 위축됐다. 롯데웰푸드 역시 지난해 매출 4조 2,160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0.3%나 급감한 1,095억 원에 머물렀다.
오뚜기 또한 매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고환율과 제반 비용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2% 줄었다.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 지표가 일제히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격 인하 압박은 경영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원가 압박을 견디지 못한 일부 업체는 오히려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버거킹은 지난 12일부터 버거 단품 가격을 200원, 사이드 메뉴를 100원 인상했다. 버거킹 관계자는 “수입 비프 패티, 번류, 채소류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각종 외부 요인에 의한 원가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 조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향후 가격 정책을 두고 업계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 안정 방향성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원가 구조상 전반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많다”며 “고환율과 인건비 상승 부담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업계 차원의 대대적인 가격 인하 조치가 나오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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