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제위기에도 '럭셔리' 즐기는 쿠바 부유층

  • 길어지는 쿠바사태에 美 "망해가는 정권" 러 "용납 못 해"

해외에서 돈을 지불하면 쿠바로 식료품 등을 보내주는 온라인몰 슈퍼마켓23은 최근 쿠바 연료난을 이유로 배송을 중단했다 사진슈퍼마켓23 홈페이지
해외에서 돈을 지불하면 쿠바로 식료품 등을 보내주는 온라인몰 슈퍼마켓23은 최근 쿠바 연료난을 이유로 배송을 중단했다. [사진=슈퍼마켓23 홈페이지]

쿠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석유 금수 조치 등으로 인해 국가 전체가 경제 위기로 고통받는 가운데서도 정작 사기업 엘리트들은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쿠바발 기사에서 “양극화된 경제 체제에서 (부유한) ‘동지’들은 다른 동지보다 더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취재진이 찾은 쿠바 수도 아바나의 한 조용한 주택가에는 고급 스페인 식료품점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한 병에 우리 돈 수십만원씩 하는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 산하의 명품 샴페인 ‘크룩’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도토리를 먹여 키운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고기, 고급 스테이크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한 점원은 취재진에 “(고객 중) 쿠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이 가게에는 그 외에도 한 병에 27달러 (약 4만원)인 프랑스산 푸아그라, 1㎏에 200달러 (약 29만원)인 일본 고베산(産) 소고기도 판다. 하지만 당장 인근 몇 블록 떨어진 곳에는 빈민들이 음식을 얻기 위해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 아바나 정부 청사가 있는 혁명광장 인근에 있는 자동차 딜러샵에서는 수입 도요타 픽업트럭이 판매되고 있다. 한 대에 4만5000유로 (약 7700만원)나 되지만 “장사는 잘 된다(Business is good)”는 게 영업사원의 설명이다. 

현재 쿠바는 미국발 석유 금수로 인한 석유 부족으로 인해 주유소에서 24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등 고통이 크다. 해외 친척 등이 돈을 지불하면 쿠바 현지로 식료품을 배송해 주던 유통업체 슈퍼마켓23도 최근 연료난으로 배송을 중단했다. 수도 아바나의 연례 시가 축제인 ‘아바노스 페스티벌’이 연료난으로 인해 연기됐다고 미국 매체 USA투데이는 보도했다. 쿠바의 연료난으로 인해 상당수 외국 항공사도 쿠바행 항공편을 취소한 상태다. 하지만 쿠바의 부유층은 전기 스쿠터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수입해 사용하거나 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쓴다고 매체는 전했다. 

쿠바에서 빈부격차가 심해진 것은 2021년 중소기업을 합법화하면서 민간 경제가 활성화된 결과다. 이후 2년 사이에 1만1000개의 기업이 등록됐다. 현재 쿠바 인구의 3분의 1은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주는 민간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또 400만명에 달하는 해외 거주 쿠바인들이 보내주는 외화는 쿠바인들에게 생명줄과 같은 지원이다. 해외 교민들이 보내주는 달러는 공식 환율(1달러당 24페소)이 아닌 1달러당 500페소에 환전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쿠바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가장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35년 전과 지금의 어려움은 결이 다르다. 쿠바 전문가인 윌리엄 레오그란데 아메리칸대 부총장은 “1990년대 (위기 때에는) 쿠바인들이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었고 공동체와 연대 의식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불평등이 매우 뚜렷하고, 이는 사람들의 정치적 불만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현지 기업인은 “많은 쿠바인들이 여전히 먹고 살 수 있는 것은 민간 부문 덕분”이라며 “국가에 의존했으면 사람들은 굶어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쿠바는) 망해가고 있는 정권”이라며 “그들이 조속히 극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또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을 일컫는 서반구 지역에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번영하는 것을 바란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미국의 행동에 대해서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러시아 대통령은 쿠바 외무장관을 만나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 푸틴은 18일 모스크바를 찾은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건 특별한 기간이고 게다가 새로운 제재도 있다”면서 “우리는 이같은 (제재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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