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2026년 2월 28일 새벽, 전 세계를 경악시킨 미국의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작전이 개시되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이 확인됐다. 이란의 국방장관, 혁명수비대 사령관, 국가안보위 서기장도 같은 날 사라졌다.
아이러니는 타이밍에 있다. 불과 이틀 전, 오만 중재 핵협상에서 이란은 수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을 제안했고 중재국은 "돌파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곧바로 폭격 명령을 내렸다. 협상 테이블이 여전히 뜨거웠던 그 순간이었다. 이것이 사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세계가 그 충격파를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것이 이제부터의 과제다.
호르무즈의 공포,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이 될 수 있는가
공격 전날 브렌트유는 이미 7개월 최고치인 배럴당 72.87달러를 기록했고, 주말 선물 시장에서는 5% 이상이 선 반영됐다. 시나리오는 세 갈래다. 분쟁이 수일 내 종결되면 75~80달러선에서 안정된다. 수개월의 교착이 이어지면 85~95달러까지 오른다. 호르무즈가 실질 봉쇄되고 걸프 산유국 생산 시설까지 타격 받으면 120~150달러라는 숫자가 현실이 된다.
이란이 진짜 해협을 닫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이란 원유 수출의 80% 이상이 중국행이다. 해협을 막는 순간 이란은 스스로의 가장 중요한 돈줄을 끊는 셈이다. 봉쇄는 협박의 언어이지 실행의 언어가 되기 어렵다. 문제는 오판이다. 하메네이 사망으로 지휘체계 자체가 흔들린 상황에서, 통제되지 않은 결정이 내려지면 시나리오는 누구의 계산도 벗어난다. 재래식 미사일뿐 아니라 사이버전·드론 테러 등 비대칭 공격 시나리오가 현재 유가 분석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위협이다.
세계 경제의 청구서는 이미 도착했다. 달러·엔·금이 오르고 글로벌 주식은 충격으로 하락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는 다시 불투명해졌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금리 경직을 낳는 악순환이다. 중동 에너지에 의존하는 아시아 경제권이 받을 타격은 미국 본토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이란 위기에서 베이징이 진짜 노리는 것
중국 외교부의 성명은 예상 가능했다. "즉각 군사행동 중단, 대화와 협상 복귀를 촉구한다." 러시아와 함께 UN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하는 것이 전부였다. 비난하되 싸우지 않는다, 그것이 중국의 전략이다. 이것을 '배신'으로 읽으면 중국을 오해하는 것이다.
채텀하우스의 분석이 핵심을 찌른다. 이란 정권이 약화될수록, 베이징에 대한 의존도는 더 깊어진다. 에너지 공급선이 흔들릴수록, 이란은 중국에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원유를 팔 수밖에 없다. 25년 중·이란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은 이란의 약화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귀결되는 구조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이 만들어 놓은 공백을 조용히 채워왔다. 수면 아래에서는 이미 CM-302 초음속 대함 미사일 협상, 방공 시스템 지원, 이란 디지털 인프라의 중국 시스템 교체 작업이 진행됐다. 중국의 공식 중립, 실질 지원이라는 이중 전략은 일관됐다.
그러나 중국도 잃는 것이 있다. 이란 원유 차질은 에너지 비용을 직접 끌어올리고, 이란 투자 프로젝트도 전쟁의 파편을 맞는다. 4월 예정된 트럼프의 중국 국빈 방문도 위태롭다. 중국의 이란 군사 기술 지원이 확인된 상황에서 미중 관계는 또 한 번 임계점에 선다. 이미 15% 일괄 관세를 두고 충돌 중인 무역 전쟁에 이란 변수까지 덧씌워졌다.
환경·인도주의 관점에서도 중국은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핵시설 피폭에 따른 방사능 유출 우려, 여학생들이 숨진 학교 폭격 등 인도주의 참사가 이어질수록 미국의 도덕적 명분은 글로벌 사우스에서 급속히 소진된다. 그 공백을 베이징이 채울 것이다. 미국이 중동에 묶여 있는 동안,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에서 전략 공간을 조용히 확장하는 것이 베이징의 진짜 게임이다.
한국의 에너지·증시·외교의 “삼각 딜레마”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한다. 유가 10% 상승 시 연간 무역수지에 수십억 달러의 압박이 가해진다. 정유·석유화학 업계 원가가 오르고, 물가로 전이되면 통화정책도 다시 옥죄인다. 원화 약세와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가 맞물리는 악순환이다.
코스피는 단기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일부 방산주를 제외하면 ·수출 대기업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그대로 노출된다. 한국 정부는 이미 해외 파견 부대 안전 점검 명령을 내렸고, 2020년 청해부대 파견의 선례처럼 호르무즈 한국 선박 보호 문제도 재 부상했다.
한국이 이란사태에서 놓쳐서는 안 될 세 가지 관전 포인트는 첫째, 호르무즈의 실질 운영 상황이다. 해협 통항이 실제로 위협받는지가 에너지 안보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둘째, 핵시설 피폭과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다. 나탄즈·포르도는 우라늄 농축 시설이다. 러시아가 이미 환경·방사능 재난을 경고한 이 문제는 경제 분석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지만, 국제 여론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셋째, 북한의 학습 효과다. “핵을 보유한 나라는 공격받지 않는다”는 명제가 이번 사태로 다시 한번 강화됐다. 이란 핵시설 타격 장면은 김정은에게 핵 포기가 아닌 핵 고도화의 당위성을 제공한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더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역결집의 역설, 아직 묻지 않은 질문
트럼프는 이란 국민에게 "일어나라, 수십 년 만에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제정치학은 하나의 불편한 진실을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외세의 폭격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기 전에, 민족주의적 분노를 자극해 오히려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붕괴 직전의 이란 정권이 '외세 침공'이라는 서사를 손에 쥔 순간, 반정부 시위대의 일부는 다시 국기를 들고 총구 앞에 선다. 이란의 '역 결집 효과(Rally Around the Flag)'다. 코소보도, 이라크도, 리비아도 공습만으로 안정을 얻지 못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핵협상이 진행 중이던 순간 폭탄을 떨어뜨린 이번 작전은, 세계에 하나의 선례를 남긴다. 대화는 공격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고 그 “신호를 가장 예리하게 읽고 있는 것은 평양”이다.
폭탄이 떨어졌다. 그러나 진짜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화면 속의 연기가 아니라, 그 이후의 숫자들과 침묵하는 자들의 셈법이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겸임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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