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이란 공습 여파로 아시아 증시가 2일 개장 직후 하락세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중동발(發) 지정학적 충격이 한국 경제를 정면으로 압박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하루 만에 두 자릿수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성장 둔화, 환율 불안이 동시에 고개를 들 조짐이다. 반도체 수출 회복에 힘입어 살아나던 경기 흐름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중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정유·석유화학은 물론 항공·해운·철강·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유가 급등이 장기화하면 산업 전반에 걸쳐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수출 경쟁력에도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개장 직후 한때 13% 급등하며 배럴당 82달러를 돌파했다.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이자 2022년 3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12% 넘게 올라 배럴당 75.33달러를 기록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한 데 이어 해협 인근에서 민간 선박 4척이 공격받아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달은 영향이다.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 중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만큼 실제 봉쇄로 이어지면 글로벌 공급 차질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유가 충격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이 도입한 원유는 약 10억배럴 규모며 이 중 70%가량이 중동산이다. 수입 물량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구조여서 해상 운송 차질이나 보험료 상승만으로도 도입 단가가 뛰는 구조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정유·석유화학 업종의 마진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해운업은 유류비 부담이 급증하고, 철강·시멘트 등 전통 제조업도 전력·연료비 인상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 전방 산업의 비용 증가가 소비재 가격에 전가되면 물가 상승 압력은 한층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반도체 수출 개선을 반영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상향 조정하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1700억 달러로 제시했다. 다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제 유가가 10% 상승하면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2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소비자물가는 0.1%포인트 상승 압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 충격은 더욱 확대된다. 최근 1420~1430원대에서 안정됐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 선을 위협하게 되면 수입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원유뿐 아니라 곡물·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과 소비자 체감 물가가 동시에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 2.4%까지 올랐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2.0%로 둔화됐지만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면 물가 목표 방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출에도 부담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유가가 10% 올랐을 때 수출 단가는 2.09% 상승하지만 물량이 2.48% 줄어 전체 수출액은 0.39%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기업 원가는 0.3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에너지 가격 급등은 교역조건을 악화시키며 회복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의 불가항력 상태가 전 세계 전략비축유(SPR) 재고 일수인 3~5개월을 넘어서면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1980년 이란·이라크전과 같은 오일 쇼크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상황 점검에 나섰다. 중동 정세와 유가·환율 변동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시장 안정 조치와 금융 대응 수단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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