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사법의 정치화, 결국 사법 불신 초래"

  • 36년 법관 생활 마무리… '인간 존엄'과 '법치주의 원칙' 강조

 노태악 대법관이 3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태악 대법관이 3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태악 대법관이 6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대법관에서 물러났다. 노 대법관은 퇴임식에서 사법의 정치화를 우려하며 사법부에 자성을 당부했다.

3일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노 대법관은 퇴임사를 통해 36년간 공직 생활을 회고함과 동시에 사법부의 중립성과 독립에 대한 당부를 남겼다.

노 대법관은 퇴임사 서두에서 지난 1990년 처음 법복을 입었던 엄숙함을 언급하며 "대법관 취임 당시 '내가 다루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판결을 단순히 법리를 찾아내는 '기계적 발견'이 아닌 첨예한 가치관의 충돌 속에서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정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때로는 '좋은 결론'과 '맞는 판결' 사이의 간극으로 밤잠을 설쳤던 고뇌를 고백하기도 했다.

특히 노 대법관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 사법부로 넘어오는 현상은 결국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의 결론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현실 속에서 법관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용기라는 덕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하는 사법부의 역할도 당부했다. 노 대법관은 "인공 일반 지능(AGI)이 등장하고 특이점을 넘어서는 시대가 오면 사법의 본질이 재정의되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사법의 중심에는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법관의 통찰력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노 대법관은 사법권의 독립이 법관의 특권이 아닌 국민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수단임을 역설했다. 그는 "사법권 독립은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며 사법부가 국민의 존경을 회복할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020년 3월 4일 대법관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한 노 대법관은 이날을 끝으로 법원을 떠났다. 노 대법관이 퇴임했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아직도 후임 대법관 후보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노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순영·김민기(추천 당시 수원고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등 4명을 조 대법원장에게 추천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하지 않고 있다.

만약 조 대법원장이 대법원장 후보 임명을 제청하더라도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 본회의 표결, 대통령 재가 등 임명 절차를 고려하면 대법관 공백 사태는 최소 1달이상 계속될 예정이다. 

아울러 노 대법관은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에 최근 조 대법원장은 후임으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천대엽 대법관을 중앙선거관리 위원으로 지명했다. 다만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올해 지방선거는 노 대법관이 그대로 맡기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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