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판사 악마화하는 '사법 3법', 사법 독립 흔드는 위험한 정치

사법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사법부를 정치의 대상으로 만들고 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법치주의의 훼손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사법 3법’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입법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 권력 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전 협회장 8명과 한국여성변호사회 전 회장 6명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한 것은 이런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사법 3법을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권력 구조 변경 시도”라고 규정하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헌법적 검토 없이 밀어붙인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법률가 사회 원로들이 한목소리로 ‘입법 폭주’를 경고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사법 3법은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 그리고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각각의 법안만 놓고 봐도 논쟁적이지만, 세 법안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사법 구조 전체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특히 재판소원 제도는 사실상 ‘4심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에도 다시 헌법재판소 판단을 구할 수 있게 된다면 사법 체계의 최종심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제도 보완 차원이 아니라 헌법 질서와 권력 분립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법왜곡죄’ 신설 역시 법률가 사회가 강하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무엇이 ‘법 왜곡’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판사와 검사를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면 재판 독립이 위축될 수 있다. 판결의 내용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형사 책임 논쟁으로 이어진다면 법관은 정치와 여론의 압력에서 자유롭기 어려워진다.
 
대법관 증원 문제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법관을 대폭 늘리고 그 상당수를 현 정부가 임명하게 될 경우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사법부는 권력의 한 축이지만 동시에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이기도 하다. 제도 변화가 특정 시기의 정치 권력과 결합해 추진될 경우 ‘사법 장악’ 논란이 뒤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최근 퇴임한 노태악 대법관의 발언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는 퇴임사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했다. 또한 “사법의 결론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어느 한쪽의 비난과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며 사법 불신이 커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정치 갈등이 법정으로 이동하고, 법원의 판단이 다시 정치 공격의 대상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사법부는 결국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사법부가 아니라 국민의 법적 안정성이다.
 
민주주의에서 사법부는 마지막 안전판이다. 정치가 충돌하고 권력이 경쟁할 때 헌법과 법률의 기준으로 갈등을 정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법부가 정치적 논쟁 속에서 흔들리기 시작하면 법치주의의 기반 자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사법 개혁은 필요하지만, 사법 독립을 흔드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숙의다. 사법 제도는 한 번 균형이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판사를 악마화하고 사법부를 정치의 대상으로 만드는 입법은 결코 바람직한 길이 아니다.
 
사진대법원 제공
사진=대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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