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일주일을 넘기며 분명해진 것이 있다. 전쟁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끝이 어디인지 아무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전 직후 “전쟁은 4~5주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동맹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며 기간 자체를 특정하지 않았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8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고,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약 6주”를 언급했다. 같은 전쟁을 두고도 기간 전망이 제각각이다. 시작은 있었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는 뜻이다.
미군 기지와 걸프 산유국, 항만과 공항, 에너지 시설, 그리고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까지 충격이 번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 역량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전쟁의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란은 전선을 넓히고 비용을 키우는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군사적 우세보다 전략 부재의 비용이 더 크게 돌아올 수 있다.
한국은 이를 결코 먼 나라 이야기로 들어서는 안 된다. 국제유가와 물류, 금융시장 충격만으로도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작지 않다.
그러나 더 민감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한반도 방위 태세다.
최근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미군 대형 수송기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패트리엇 재배치 정황이 거론되면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특정 전력 이동 여부에 대해 확인하지 않고 있고 현재 대비 태세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움직임은 한미연합훈련과 관련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려 자체를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중동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국의 군사력은 여러 전선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주한미군 패트리엇 포대는 지난해에도 중동으로 순환 배치된 전례가 있다. 미국이 세계 곳곳의 위기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억제력이 항상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동맹은 중요하지만 동맹이 곧 자동적인 안보 보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중동 전쟁을 방산 수출 기회쯤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없지 않다. 한국산 무기의 실전 배치나 추가 수출 가능성에만 시선이 쏠리는 것은 지나치게 가볍다.
지금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전쟁 특수의 수혜가 아니라 우리 대문이 제대로 잠겨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른 전장에서 한국 무기가 주목받는 일이 곧 한반도 안보의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 전력이 중동에 더 깊이 묶일수록 우리는 스스로의 대비 태세를 훨씬 더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장된 공포도, 막연한 낙관도 아니다. 차분하지만 냉정한 점검이다. 정부와 군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상황을 최대한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동시에 한미는 연합방위 태세에 이상이 없다는 원론을 넘어 어떤 전력 공백이 생겨도 어떻게 메울 것인지 분명한 억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한국군 역시 미국 증원전력 지연까지 상정한 대비 태세를 점검해야 한다.
이번 이란전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보여준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조차 전쟁의 정치적 출구를 쉽게 설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미국의 힘만을 전제로 안보를 낙관하는 시대도 이미 끝나가고 있다.
전쟁은 중동에서 시작됐지만 그 파장은 이미 세계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남의 전쟁을 구경하는 것도, 그 틈에서 얻을 경제적 반사이익을 계산하는 것도 아니다.
중동의 전쟁이 길어질수록 한반도의 안보는 더 냉정해져야 한다. 남의 전쟁을 구경할 여유는 없다. 지금 한국이 할 일은 단 하나, 우리 대문을 지킬 힘을 다시 점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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