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은 과거를 증명하지만, 태도는 미래를 그려준다.”
이 한 문장은 오늘의 직장 사회를 꿰뚫는 간명한 통찰이다. 자격증과 학력, 경력과 실적이 한 사람의 이력을 설명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떤 동료가 되고, 어떤 리더가 되며, 어떤 위기에서 조직을 살릴 사람인지는 결국 태도가 말해 준다.
이인재 한국사회적자본연구소 대표의 신간 '태도로 승진합니다' 는 바로 이 오래된 진실을, 가장 첨단의 시대인 AI 시대의 언어로 다시 일깨운다.
저자는 1988년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지방행정정책관, 전자정부국장, 전라북도 기획관리실장과 투자유치국장 등을 지내며 30년이 넘는 공직 현장을 통과한 인물이다.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 유치, 희망근로사업, 동해안 철책 철거, 지방재정 확충 정책 등 굵직한 난제 해결의 현장에 서 있었던
사실 태도의 중요성은 새삼스러운 발견이 아니다. 동서양의 고전은 오래전부터 사람의 됨됨이와 태도를 정치와 조직, 인간관계의 출발점으로 보아 왔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의 덕을 말하며, 사람을 쓰고 사람을 얻는 근본이 외형의 재주보다 마음가짐과 몸가짐에 있음을 거듭 일깨웠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기쁨도, 벗과 더불어 신뢰를 쌓는 즐거움도 결국 성실한 태도 없이는 불가능하다.
맹자 또한 사람의 본성을 논하면서 부끄러움을 알고 사양할 줄 아는 마음을 인간의 큰 자산으로 보았다. 이는 오늘의 직장 언어로 바꾸면, 실력 이전에 신뢰할 수 있는 태도, 함께 일할 수 있는 태도야말로 공동체의 질서를 세우는 밑바탕이라는 뜻이다.
서양의 고전도 다르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탁월함이 한순간의 재주가 아니라 반복된 습관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훌륭한 품성은 우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 속에서 형성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태도는 타고나는 성질이 아니라 훈련되고 축적되는 능력이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강조한 절제와 평정도 같은 맥락이다. 외부 환경이 아무리 흔들려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잃지 않는 사람,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책임과 품위를 놓지 않는 사람이 결국 공동체를 지탱한다는 통찰이다. 오늘날 조직이 요구하는 성실, 공감, 배려, 겸손은 새 윤리가 아니라 인류가 오래 축적해 온 문명의 핵심 덕목인 셈이다.
성경 또한 태도의 문제를 매우 본질적으로 다룬다. “온유한 자”, “화평하게 하는 자”, “서로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단지 신앙의 문장에 머물지 않는다. 조직 안에서 온유는 약함이 아니라 자기 절제의 힘이며, 화평은 갈등을 덮는 침묵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는 능력이다. 불경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비와 연기, 중도의 정신은 상대를 나와 분리된 타인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로 이해하게 만든다. 상대의 처지와 맥락을 헤아리는 공감, 다음 행동이 쉬워지도록 길을 터주는 배려는 불교적 자비의 현대적 번역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자식과 후학에게 남긴 글들 또한 학문 이전에 몸가짐과 처신, 공직자의 책임과 절도를 가르치는 데 무게를 두었다. 사람이 오래 쓰이는 까닭은 순간의 영민함보다 오래 믿을 수 있는 태도에 있다는 점을 그는 실천으로 보여 주었다.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는 태도를 추상적 덕목으로 말하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성실·진실·겸손·공감·배려를 조직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태도 엔진’으로 설명한다. 성실은 상대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는 신뢰 자산이며, 공감은 상대 행동의 맥락을 읽어 내는 분석 능력이고, 배려는 상대의 다음 행동을 쉽게 만들어 주는 설계 기술이라는 그의 설명은 무척 실무적이다. 태도를 좋은 사람 콤플렉스나 착한 심성의 문제로 축소하지 않고, 조직의 생산성과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자산으로 재해석한 점도 설득력이 크다.
더욱 주목할 것은 그가 이를 공직 현장의 구체적 사례와 연결한다는 점이다. 갈등이 첨예한 정책 현장에서 반대 세력 내부의 합리적 의견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협상 국면에서 무엇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가, 조직 안팎의 신뢰를 어떻게 축적할 것인가 하는 물음은 책상머리 이론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난제 해결의 경험을 축적한 저자가 말하는 태도는 공허한 훈계가 아니라, 부딪치고 견디고 조정해 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현장의 지혜다.
AI 시대일수록 이 메시지는 더 무겁다. 기술은 빠르게 평준화되고, 정보 접근성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보고서를 쓰고 데이터를 정리하며 일정한 패턴의 문제를 처리하는 능력은 기계가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어려운 국면에서 신뢰를 잃지 않는 사람, 갈등을 조정하고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은 여전히 사람일 수밖에 없다. 결국 미래의 승진은 단순히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자가 아니라, 더 나은 태도로 조직을 안심시키는 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태도로 승진합니다'는 그래서 자기계발서의 외양을 하고 있으나, 실은 사람됨의 본질을 다시 묻는 책에 가깝다. 직장은 단지 월급을 받는 곳이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장소이며, 승진은 단지 직급 상승이 아니라 더 큰 책임을 감당할 자격을 인정받는 과정이다. 그 자격의 마지막 기준은 화려한 스펙보다 묵직한 태도일 수밖에 없다.
스펙은 입구를 열 수 있다. 그러나 끝내 사람의 앞길을 여는 것은 태도다.
과거를 증명하는 이력은 많다. 미래를 약속하는 품성은 드물다.
이 책이 젊은 직장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가 더 똑똑해질수록, 인간은 더 바른 태도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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