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사과하고, 이른바 ‘윤 어게인’ 정치와 선을 긋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계엄 선포 이후 15개월 만이다. 늦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치가 과거의 잘못을 정리하고 새로운 기준을 세우려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가 과거 논쟁을 정리하는 것만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는 없다. 사과 이후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의 방향을 어디로 돌릴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과거 권력 논쟁이 아니라 미래 행정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 지방이 처한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인구 감소와 산업 공동화, 청년 유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미 많은 지방 도시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가 여전히 중앙 정치의 연장선이나 계파 경쟁의 무대로만 소비된다면 지방의 미래는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AI 시대의 행정을 이해하고 있는가.”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이미 행정의 도구이자 정책 판단의 전제가 되고 있다. 재난 대응, 교통 관리, 복지 대상자 발굴, 지역 산업 정책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와 데이터 분석이 활용되고 있다. 지방정부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일 수 없다.
문제는 정치가 아직 이 변화의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전히 도덕성, 경륜, 지역 연고 같은 전통적인 요소에 머물러 있다. 물론 중요한 기준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AI 시대의 행정을 책임질 리더십을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AI를 이해하지 못하는 단체장은 결국 외부 보고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 분석 결과가 정책 판단의 근거가 되는데도 그 전제와 한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행정의 판단은 자연스럽게 외주화된다. 그 순간 정책의 책임은 흐려지고 행정의 주체는 약해질 수 있다.
이 문제는 단순한 기술 이해도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행정의 판단 능력과 책임 구조와 직결된 문제다.
AI 리터러시는 개발자가 되라는 요구가 아니다. AI를 직접 프로그래밍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데이터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떤 집단이 분석에서 제외됐는가. 알고리즘의 오류 가능성은 무엇인가. AI 분석과 현장의 판단이 충돌할 때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
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의 차이는 결국 행정의 품질 차이로 이어진다.
특히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시민과의 거리가 훨씬 가깝다. 교통 정책, 복지 정책, 환경 정책처럼 주민의 일상과 직접 연결된 영역에서 AI가 활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의 판단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리더가 행정을 맡는다면 시민의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방선거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후보에게 단순히 “AI 산업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AI를 어디에 적용할 것인가.
AI 판단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데이터 기반 행정이 시민의 권리와 투명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그 후보는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지금 공무원 조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확대하고 정책 설계와 행정 서비스에 AI 활용을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의 최종 판단권자인 단체장은 학습의 예외로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행정 혁신을 가로막는 구조적 모순이 될 수 있다.
AI 시대의 지방정부는 더 이상 중앙의 지시를 전달하는 하위 조직이 아니다. 지역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설계하는 국정 운영의 동등한 파트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질문할 수 있는 리더십이다.
정치가 계엄 논쟁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려 한다면 이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지방선거는 정치적 구호 경쟁이 아니라 행정 역량을 검증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와 언론이 함께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이 후보는 AI 시대의 행정을 이해하고 있는가.”
지방의 경쟁력은 그 질문에서부터 갈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리더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AI 시대 지방자치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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